관세청이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방안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면세점주로 쏠린다. 이번에 추가되는 면세점사업자를 짐작하고 그 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챙기려는 기대감에서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면세점사업자 선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롯데쇼핑), 현대디에프(현대백화점)에 주목했다. 면세사업 경험이 있는 이들 기업은 올해 다시 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대감이 크다.

◆서울 면세점사업자 13개로 ‘껑충’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는 4개(대기업 3개, 중소·중견기업 1개), 부산과 강원은 각각 1개씩 추가한다는 내용이다. 내·외국인관광객에게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최종선정된 기업은 특허일로부터 5년간 면세점을 운영한다.

관세청은 심사 개선방안을 마련해 다음달 초까지 특허신청 공고를 낼 예정이다. 최종사업자는 4개월의 공고기간 후 약 2개월의 특허심사를 거쳐 발표한다. 따라서 이르면 오는 11월 말 신규 면세점사업자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내년 서울 시내면세점사업자는 10곳을 훌쩍 넘어선다. 관세청은 지난해 7월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에스엠면세점(하나투어) 등 3개의 서울 시내면세점사업자를 추가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디에프(신세계)와 두타면세점(두산)을 더했다. 이번 신규특허 추가로 서울 시내면세점사업자 4곳이 더 선정되면 내년에는 13개로 늘어난다.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예상 사업자에 단기투자 ‘유효’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방안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신규사업자 입찰 참여기업을 주시한다. 신규입찰 참여가 예상되는 사업자는 지난해 7월과 11월 특허권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로 추정할 수 있다.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 현대디에프 등이 유력하다.


지난해 7월 대기업군에서는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신세계디에프, 현대디에프, SK네트웍스, 이랜드, 롯데면세점 등 7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만 신규 면세점사업자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11월 추가 사업자 선정은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점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은 기존 사업구역에 특허를 재신청했으나 결국 두산과 신세계디에프가 사업권을 가져갔다.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각각 롯데월드타워면세점(6월30일 만료)과 워커힐면세점(5월16일 만료) 영업을 예정대로 중단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 특허권 갱신에 실패한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기다렸다는 듯 관세청 발표가 나자마자 자료를 내고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혔다.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데다 특허권 재획득을 노리는 만큼 두 회사는 가장 유력한 면세점사업자 후보로 꼽힌다.

현대디에프의 입찰 가능성도 높다. 현대디에프는 지난해 7월 면세사업장으로 선정했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앞세워 강남권에 면세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 한전부지에 지어질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아셈로 개발 등을 내세우며 코엑스 일대가 관광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번에 강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면세점주 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본다”며 “신규 면세점사업자 선정까지 SK네트웍스와 현대백화점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다만 신규 면세점사업자로 누가 선정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결과를 보지 말고 발표 전에 수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오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사업자는 장기투자 ‘고려’

지난해 선정된 면세점사업자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4개 사업자가 영위하던 서울 시내면세점사업이 내년에 13개까지 늘어나면서 사실상 진입장벽이 허물어져서다. 단기적으로는 사업자 사이에서 고객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시장은 지속 성장추세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에 걸쳐 면세점을 개점한 신규사업자들은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실적 부진에 시달린다. 추가 면세점이 개점하면 업체 간 마케팅 경쟁 심화뿐만 아니라 브랜드 유치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진다. 신규사업자들은 또 다른 신규면세점이 개점하기 전까지 사업을 얼마나 빨리 정상궤도에 올려놓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두산, 신세계디에프 등은 신규사업자가 자리 잡을 때까지 추가특허를 내주면 안된다고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인다. 박종렬 MH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선정되면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호재(특허기간 10년 연장→국회법안 통과 필요)는 멀고 악재(면세사업자 증가로 경쟁심화와 수익성 둔화)는 가까이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면세점 경쟁심화에 대한 우려로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0% 내린 9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HMC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8만5000원, 8만원으로 내렸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각각 14% 낮춘 9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업자 추가는 기존 업체들에 긍정적인 뉴스가 아니다”며 “하지만 중국인관광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관점에서도 그런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면세점주가 조정받고 과열경쟁 문제가 이슈화됐을 때 싸게 매수하는 식으로 길게 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