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의 주곡2교 아래. 지하철 4호선 가칭 ‘진접역’의 주변 노선을 공사 중이던 인부 14명이 가스폭발로 사상한 지 일주일 후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해당 공사는 4호선 당고개역과 남양주를 잇는 철도의 교량 하부를 보강하는 작업이다. 사업비 1조3322억원을 투입했고 사고가 난 진접선 4공구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지난해 공사에 들어가 2020년 준공 예정이었으나 작업이 일체 중단된 상태다. 사고를 수사 중인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는 “이르면 일주일 후 공사가 재개될지도 모르나 지금으로선 확답이 어렵다”고 전했다.


사고현장엔 수습대책본부가 꾸려졌다. 인근에는 진접역 개통을 기대하는 역세권 투자 광고물이 넘쳐났고 사이사이로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이 보였다. 택시기사는 사고현장을 가달라는 기자의 말에 “사고당한 분의 가족이냐”고 물으며 “도시 전체가 가라앉은 분위기고 손님들을 대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사진=김노향 기자

/사진=김노향 기자

쟁점① 안전규정 지켰으면 가스폭발 없었을까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과거 공사현장의 관행에 비춰봐도 시공사의 과실이 지나쳤다고 지적한다. 통상적인 안전불감증에서 문제가 그치는 게 아니라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정도가 상식수준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고 3일째인 지난 3일 포스코건설 현장사무소와 하청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수사 결과 사고원인은 교량 하부에 철근을 심다가 튀어나온 부분을 절단하던 중 발생한 가스폭발이다. 사고현장엔 위험설비인 액화석유가스통(LPG), 절단기기를 연결하는 고무관이 있었는데 CCTV 분석 결과 인부들은 전날 작업 후 위험물을 보관소로 옮기지 않았다. 작업장엔 가스 환풍기와 경보기가 없었다. 작업 전 가스농도도 측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안전관리를 맡은 현장소장은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희생자 14명 중 관련 자격증을 지닌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철근작업의 안전관리자는 기기작동과 보호장비를 검사해야 한다. 간단한 지침만 지켰어도 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관행상 안전규정이 다 지켜지진 않지만 최근 몇년 사이엔 많이 개선됐다. 이번 사고는 과거와 비교해도 시공사 과실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남양주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부상당한 인부들은 “평소 안전교육을 안 받아도 서류에는 받았다고 서명했다”고 진술했다. 수사의 종합적인 결과는 다음 달쯤 나올 예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쟁점② 사고보다 끔찍한 시공사의 수습과정

사고수습 도중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시공사의 대처다. 포스코건설은 사고 초기 대응에서 협력업체와 인부에게 일부 과실을 떠넘겼고 뒤늦게 공식적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사고현장의 유족들은 “포스코건설 직원이 누군가 담배를 피워 폭발했을지 모른다고 했고 그 시간대엔 용접을 시킨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건설은 수사 도중 ‘작업환경측정’ 문서를 위조했다. 공사 중 산소·일산화탄소·소음 등 수치를 기록하지 않고 사고 후 뒤늦게 문서를 만들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더구나 감리업체는 인부들에게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처럼 답변을 짜맞춘 의혹이 제기된다. 감리업체 문서에는 ‘시공사가 안전교육을 했다’,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잘못을 인정하면 안된다’는 등 답변 가이드라인이 발견됐다. 대형공사의 안전을 감독할 회사가 당연한 의무를 지키지 않고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기업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인부들이 위험으로 내몰리는 것은 발주사와 원청업체가 문제개선에 앞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국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원인은 노동자의 부주의가 아닌 대형건설사와 제도의 문제”라며 “사고 초반 포스코건설의 태도는 회의적”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됨에도 비슷한 사고와 수습과정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관련자들은 감독당국의 제재와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2013년 서울 노량진 교량공사 중 인부 7명이 사망했을 때 발주사는 무죄, 원청업체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인부 4명의 사망 관련 재판에서는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됐다. 해외의 처벌수준은 다르다. 영국은 산재의 벌금상한선을 없애고 회사 1년 매출액의 5~10%를 부과하며 미국은 안전규정을 어긴 사업장에 벌금을 10만달러(약 1억1100만원)씩 매긴 사건이 있다.

재재하청을 막는 방법도 있다. SH공사의 경우 안전관리를 위해 재재하청을 금지한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 관계자는 “국내 현실로는 쉽지 않다”면서도 “안전사고를 막으려면 직접시공제를 확대하고 발주사와 원청업체가 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③ 희생자 보상문제 어떻게

이번 사고 후 유족들은 포스코건설이 제시한 보상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은 유족에게 장례비용과 위로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보상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유족과 부상자들은 산재 대신 ‘공상’ 처리를 한차례 논의했으나 일부만 동의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상은 공무 중 부상을 뜻하는데 산재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유족들 입장에선 보상액수를 높일 수 있지만 부상자의 경우 추후 재발생할 수 있는 병원 치료비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족들은 산재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공상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건설사는 공공입찰 시 산재건수에 따른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공상처리하려는 경향이 있고 보상액수를 최대한 깎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공상은 사고를 숨기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고 이번 일은 고인의 명예를 위해 보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거 공사장 희생자의 피해보상액을 보면 대체로 시공사는 과실책임을 60%까지 인정했다. 2014년 2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사고에서는 유족들이 과실책임을 40% 인정하는 데 합의했다.

판례에 따르면 정년 58세, 월소득 300만원의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 미래추정수입을 20세인 경우 4억8000만원, 30세 4억1964만원, 40세 3억761만원으로 인정해 이 중 60%를 보상받았다. 별도의 위자료는 8000만원 수준이었다. 판교 사고의 시공사도 포스코건설이었다. 수사 결과 사고현장의 환풍기를 시공면허가 없는 하청업체가 설치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