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온천 관광지는 큐슈의 오이타현이다. 거기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벳부와 유후인이다. 온천 때문에 유명해 졌지만 그 이상의 볼거리가 여행자를 부르는 곳, 벳부와 유후인으로 떠나보자.
긴린코호수.
◆지옥만 가득한 온천 천국, 벳부
유황냄새가 압도하는 온천의 천국 벳부. 해마다 1000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오는 이곳에는 3000개가 넘는 온천이 있다. 벳부 온천은 함유물질에 따라 하늘색, 붉은색, 하얀색 등을 띠는데 생김새의 특징에 상상력을 더해 용지옥, 바다지옥, 산지옥, 금용지옥, 흰연못지옥, 가마도지옥 등 이름을 붙였다. '온천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벳부가 지옥투성인 게 재미있다. 실제로 온천은 기독교 박해 시기에 신자들을 처형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니 천국과 지옥의 연결고리가 얄궂게 얽혀있다.
온천 마니아들은 벳부에 와서 지옥순례를 한다. 벳부의 대표적인 온천 8개를 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짧은 여행길에 시간의 여유가 없다면 가마도지옥 정도로 만족할 수 있겠다. 이곳에선 비교적 여러 형태의 ‘지옥’을 볼 수 있다. ‘가마도’란 이 지역 수호신 카마도 하치만쿠의 제사 때 이 온천에서 나오는 90도의 증기를 이용해 밥을 한 것에서 유래한다. 이곳에는 바위틈으로 100도의 뜨거운 수중기를 내 뿜는 부뚜막 지옥, 스님 머리를 닮았다고 하는 스님지옥, 청량한 코발트 블루의 바다지옥, 짙고 붉은 피지옥 등 비교적 다양한 형태의 온천을 볼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온천을 하기보다는 여러 형태의 온천을 구경하고 족욕을 하거나 수증기를 쐬고 온천물을 마시는 등의 체험 정도가 가능하다.
체험하는 곳을 ‘극락’이라 표현해 지옥에도 희망을 줬다. 10년은 젊어진다는 온천수를 마시고 목과 얼굴에 수증기를 쐬어 피부를 매끄럽게 인후를 시원하게 뚫어주고 족욕탕 앞 매점에 와 온천 달걀을 먹는다. 달걀에 사이다 빼 놓으면 섭섭하다. 일본에서 인기 있다는 구슬사이다(라무네사이다)를 따니 '피용~' 하면서 구슬이 떨어져 병 목에 걸린다. 뜨끈한 열기 속에 한 바퀴 돌았으니 청량한 소리와 맛이 이야말로 ‘극락’ 체험이다. 이 밖에도 온천물로 만들었다는 지옥간장, 그 간장으로 만든 푸딩, 극락 소프트아이스크림 등 이름도 재미있다. 적당히 먹고 족욕탕에 발을 담그면 여행의 피로가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다.
가마도지옥.
벳부에 온 김에 유노하나 마을에 들러 보자. 이곳은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와 전통 움막이 인상적이다. 움막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유황(유노하나)을 만든다. 이것은 유황 온천수를 증발시켜 만드는 것으로 15세기 에도시대부터 재배됐다고 한다. 이곳에서 유황의 재배 과정을 둘러 보고 제품을 쇼핑하거나 간식을 사 먹는 게 전부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전통 움막과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온천 수증기가 멋진 그림을 만든다. 비온 뒤 흐린 날이면 움막 색깔이 더 짙어져 운치를 더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가 바빠지는 곳이다.
◆시간 도둑, 유후인
유후인에 오면 동화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이 됐다고 하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특히 긴린코 호수가 그렇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이 때문인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프러포즈 하기 좋은 곳으로 꼽히곤 한다. 호수는 온천수가 흐르는데 바닥에서 온천과 냉천이 같이 솟아나 신비로운 물안개를 만든다. ‘긴린코 호수’하면 유명한, 물가의 집과 이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고 왼쪽 길로 나오면 오리가 한가로이 새끼들을 돌보고 삼각형 지붕을 올린 샤갈 갤러리가 있다. 유후인에서 뜻하지 않았던 샤갈이라니! 작품 수도 생각보다 많고 전시실에서 보이는 긴린코 호수가 참으로 아름답다. 인간의 작품과 신의 자연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나 할까. 샤갈 팬들이 본다면 화를 낼 지 모르지만 자연을 좋아하는 여행자는 바깥 풍경에 더 매료될 지도 모른다.
사실 유후인은 전통의 관광지가 아니다. 30년쯤 됐을까. 지진으로 파괴된 마을을 복원하면서 주민자치회가 열심히 가꾸기 시작했다. 자연과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취지대로 현대적인 건물보다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집과 매력적인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로 가득 채웠다. 주민 수가 겨우 천명 조금 넘는데 이에 10배가 넘는 하루 관광객수를 자랑하니 대단하다 할 수밖에. ‘젊은 여성이 혼자서도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관광지, 살기 좋은 마을이야말로 뛰어난 관광지’를 표방했다고 하던데 이제는 일본 여성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어하는 곳으로 랭크돼 있다.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더니 과연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것이 가득하다. ‘유노쯔보 거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 골목쯤 되겠다. 이곳에 현대식 미술관, 독특한 패키지로 쇼핑을 유혹하는 각종 기념품과 토산품,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디저트, 각종 테마숍과 개성있는 인테리어, 토토로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동구리노모리 등이 있다. 이곳에서 걷고 구경하고 먹고 사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흐른다.
유후인 유노쯔보 거리.
유명한 길거리 음식도 몇 가지 있다. 가장 많은 여행자가 인증샷을 찍는 음식은 금상고로케다. 고로케 대회에서 금상을 받아서 이름이 ‘금상코로케’가 됐다는데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폭탄타코야키도 재미있다. 다른 지역의 것이 우리나라 호두과자 정도라면, 폭탄타코야키는 아이 주먹만 하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는데 기본만 해도 오징어, 조개, 메추리알, 소시지 등 10가지 재료가 들어가 있다. 고로케와 타코야키가 출출한 속을 달래기 좋았다면 일본 길거리 음식의 최고는 역시 ‘단 것’이다. 유후인에서 요즘 인기 있는 것은 벌꿀 아이스크림이다. 이름처럼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벌꿀의 조합으로 살살 녹는 달콤함 때문에 여름날 여행 중에 딱 좋은 주전부리가 된다. 치즈케잌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디저트로 먹기 좋은 작은 사이즈로 커피와 함께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어느새 바닥이다. 유후인에서는 다이어트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하루종일 골목을 누볐으니 마무리는 ‘료칸’이 어떨까. 유후인 역시 온천마을이고 료칸이 많다. 료칸은 일본 전통방식의 숙소로 온천 목욕탕이 딸려 있다. 여행자의 형편에 따라 가격과 서비스도 다양하고 대부분 저녁식사가 포함된다. 낮에는 골목을 누비고 저녁에는 온천에서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조화, 유후인의 하루에는 샤갈의 그림과 애니메이션 토토로와 수채와 같은 호수가 모두 들었다. 다채로운 하루를 보냈으니 온천의 휴식이 더 값지게 느껴질 것이다.
[여행 정보]
한국에서 일본 후쿠오카(큐슈) 가는 법
항공: 인천공항·김해공항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다.(아시아나, 대한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 일본항공 등)
선박: 부산항과 하카타항을 오가는 뉴카멜리아, 비틀호, 코비호 등이 있다.
환율: 100엔 = 약 1074원
벳부 가마도지옥 가는 법: JR 벳부역 서쪽출구에서 ‘간나와’ 경유 버스를 타고 간나와’에서 하차
유후인 가는 법: 기차 JR 유후인역 하차 / 후쿠오카에서 휴후인 버스 이용
가마도지옥
http://kamadojigoku.com / 전화번호: 0977-66-0178
입장시간: 오전 8시 ~ 오후 5시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400엔 / 고교생 300엔 / 중학생 250엔 / 초등학생 200엔
유후인버스탓컴
http://www.yufuinbus.com
유후인행 버스를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로 한국어 안내가 돼 있고 한국어 이메일 상담도 가능하다. 큐슈 여행 정보와 숙소, 렌터카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 음식
미르히(Milch) 치즈케이크: 유후인에 있는 몇군데 치즈케이크 중 여행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이다.
치즈케이크: 120엔
비허니(be honey): 벌꿀아이스크림을 파는 곳 중 가장 붐비는 곳으로 민트색 청량한 건물이 멀리서도 눈에 잘 보인다. 아이스크림 이외에 각종 꿀, 잼 등을 판매한다.
벌꿀아이스크림: 360엔
● 숙박
Hasuwa Inn: 객실이 5개로 작고 편안하며 가족적인 분위기다. 영어·일본어로 안내하는 주인장의 더듬더듬 한국어 실력도 귀엽다. 직접 양식한 자라로 자라탕을 끓여 추가요금 없이 제공한다. 실속 있는 숙소로 인기다.
http://www.d5.dion.ne.jp/~madoka.a/index.html / 0977-85-5199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