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쉐린(미슐랭)가이드>의 서울편이 출간되며 관련업계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점을 받은 ‘스타 레스토랑’이라면 맛과 분위기가 뛰어난 만큼 먼 곳까지 찾아가서 요리를 맛볼 가치가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무난히 책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 곳이 빠지는가 하면 사찰음식이나 간장게장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맛집이 소개된 점도 한몫했다.
그런데 이 유서 깊은 호텔·레스토랑 평가서는 엉뚱하게도(?) 프랑스의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110여년 전에 펴낸 안내 책자에서 시작됐다. 자동차산업 초창기인 1900년대 초기는 지금처럼 도로망이 발달하지 않았고 제대로 포장된 도로도 거의 없던 시대였다. 당시 자동차여행은 열악한 도로사정 때문에 마치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이에 미쉐린그룹은 타이어 교체정보, 도로정보, 식당과 숙소정보를 담은 가이드를 만들어 운전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는데 이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맛집 소개책자로 발전했다.
당시와는 환경도 문화도 많이 달라졌지만 자동차를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한다는 점은 최근 자동차업체들의 마케팅 활동과 통하는 점이 있다.
그런데 이 유서 깊은 호텔·레스토랑 평가서는 엉뚱하게도(?) 프랑스의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110여년 전에 펴낸 안내 책자에서 시작됐다. 자동차산업 초창기인 1900년대 초기는 지금처럼 도로망이 발달하지 않았고 제대로 포장된 도로도 거의 없던 시대였다. 당시 자동차여행은 열악한 도로사정 때문에 마치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이에 미쉐린그룹은 타이어 교체정보, 도로정보, 식당과 숙소정보를 담은 가이드를 만들어 운전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는데 이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맛집 소개책자로 발전했다.
당시와는 환경도 문화도 많이 달라졌지만 자동차를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한다는 점은 최근 자동차업체들의 마케팅 활동과 통하는 점이 있다.
아우디 라이프스타일 프로모션. /사진제공=아우디
◆차 중심의, 달라진 문화…
우리나라가 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 50여년.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의 역사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그동안 자동차는 이동수단으로서 그저 ‘탈 것’에 불과했다. 차를 즐기고 차를 중심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해외 자동차회사의 다양한 시도로 우리나라 소비자도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 결국 이런 노력은 수입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에도 자극제로 작용했다.
아우디,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브랜드들은 자동차를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거듭 강조한다. 차를 즐기는 방법을 안내함으로써 차와 함께하는 문화를 전파하면 결과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자동차를 타고 색다른 곳에서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레스토랑과 제휴해 브랜드나 차종별 특성에 어울리는 메뉴를 만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아우디는 연말이면 ‘라이프스타일 프로모션’을 실시하기로 유명하다. 제휴된 고급 레스토랑에서 ‘아우디 스페셜 메뉴’를 주문하면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여행상품권이나 호텔숙박권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꼭 오너가 아니더라도 주문할 수 있으니 레스토랑이나 소비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프로모션이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명 셰프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건 플래그십 차종의 프로모션과 관련이 있다. BMW는 지난해 신형 7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해 ‘피에르 가니에르’와 특별 의전서비스를 제휴했고, 기아차는 올 봄 K9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2박3일간 미식 여행을 떠나는 ‘K9 고메 인비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재규어와 링컨도 출시를 기념하며 제휴 이벤트를 선보였다.
이런 활동은 오너의 만족도를 높여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잠재 구매층을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최근 출간된 <2017 미쉐린가이드 서울편>의 메인 스폰서는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다. 현대차는 단순한 광고 후원사를 넘어 제네시스 오너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다른 수입브랜드처럼 유명 레스토랑과 제휴해 메뉴를 만들어 팔 것인지, 아니면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특별히 선정한 사람을 초대해 대접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자동차회사가 ‘먹거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자동차는 인간의 5가지 감각 중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4가지를 자극할 수 있다. 사람은 동시에 2가지 이상의 감각에 자극을 받을 때 기억에 깊이 각인한다고 한다. 자동차제조사들이 산업 초창기부터 여러 감각을 함께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오감 중 ‘미각’은 자동차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차를 핥거나 먹으며 맛을 볼 순 없지 않은가. 이런 이유로 자동차제조사들은 마지막 감각을 자극할 수단인 레스토랑에 집중했다.
기아차, 'K9 고메 인비테이션' 초청행사 실시. /사진제공=기아자동차
브랜드 카페&라운지 ’The House of Sweden’ 3. /사진제공=볼보자동차
◆보다 캐주얼하게…
소수의 전유물처럼 생각될 법한 그동안의 활동을 넘어 요즘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폭넓은 개념을 활용해 차종별 성격에 맞는 맞춤형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가로수길처럼 트렌드를 살피기 좋은 장소에 카페 따위의 공간을 만들고 일정기간 동안 브랜드와 제품을 통해 ‘문화’를 알리는 활동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맛과 멋을 함께 추구할 수 있어서다.
볼보자동차가 지난해 운영한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이라는 이름의 북유럽 문화공간이 대표적 사례다. '피카'(fika)라는 스웨덴의 차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이해하도록 꾸몄다. 폭스바겐은 '폴로' 출시에 맞춰 '테이스티 로드 위드 더 뉴 폴로'라는 캠페인을 얼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Mercedes-me'라는 공간을 통해 젊은 층을 공략했다.
그러나 모든 브랜드가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레스토랑과 연계하거나 라이프스타일 프로모션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이런저런 문화행사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차종에 어떤 활동을 할지 정하지 못해 무산된 경우가 많다”면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부터 즐기는 문화가 형성돼야 소비자에게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고 강조하며 “브랜드나 제품 특성에 맞춰 어울리는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유럽차업체들은 자국의 여러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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