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1년 만에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는 세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신흥국으로 몰린 외국인자금이 선진국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내 수출업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진행되는 미 금리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3~1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날 FOMC는 기존 0.25~0.50%였던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Fed는 2006년 6월 기준금리를 5.25%로 올렸다. 그러나 다음해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벌어지자 그해 9월 4.75%로 낮췄고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조정했다. 2008년 12월에는 사실상 제로금리인 0~0.25%까지 내렸고 지난해 12월에서야 0.25~0.50%로 올렸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대통령선거 등의 이슈로 추가인상을 자제하다가 1년 만에 다시 인상카드를 꺼냈다.
/사진=뉴시스 DB
이번 금리인상 수준은 시장에 이미 반영된 만큼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 금리정책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연 2회 인상에서 3회로 상향된 부분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점도표 상향조정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앞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에 FOMC 참가자들이 내놓은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위값은 1.375%다. 지난 9월 1.125%에서 0.250%포인트 올랐다. 그동안 2회로 예상된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3회로 늘어날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또 참가자들이 내놓은 기준금리 중위값은 2008년 말 2.215%, 2019년 2.875%로 3%에 육박했다. 이는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금리가 세차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선진국 자금회귀현상 심화 예상
Fed의 내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흥국의 급격한 자본유출이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15일 신흥국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MSCI 이머징마켓 ETF와 아이셰어즈 MSCI 브라질 캡드 ETF는 각각 2% 넘게 떨어졌다. 아이셰어즈 MSCI 인디아 ETF와 아이셰어즈 차이나 라지캡 ETF도 각각 1.6%, 2.1%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의 당선 이후 달러강세로 시달리던 신흥국은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또 다른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 신흥국기업들은 원리금 상환과 채권 차환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 중 올해 만기를 맞는 채권 규모는 1200억달러(약 142조원)다.
만약 달러강세가 선제적으로 나타나면 선진국으로 자금이 회귀하는 현상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국팀장은 “신흥국 자금유출이 본격화되면 취약 5개국으로 불리는 인도·터키·인도네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신흥국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신흥국의 자금유출 우려가 커졌지만 이번 금리인상만으로는 신흥국시장이 큰 충격을 입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린드시그룹의 피터 부크바 시장분석가는 “Fed의 금리인상은 이미 기존 예정보다 한참 뒤처졌다”며 “현재 ‘중립금리’ 개념에 주력하는 Fed는 내년에 금리를 올리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하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이다.
◆국내 수출업계 직격탄 우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이 글로벌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국내 수출업체에도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와 환율상승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신흥국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수출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은 수입원자재 가격을 높여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석유화학·일반기계업종은 직접적인 대미 무역관계보다 신흥국 구매력 저하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으면 달러가치가 높아져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구매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OPEC(석유수출국기구) 감산합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을 가로막으면서 수출확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자동차업종은 그동안 유가상승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의 경기회복세를 지연시켜 자동차 수출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석유화학업종 역시 신흥국의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은 내년과 내후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유가상승 억제로 인한 악재가 우려된다. 일반기계업종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유가상승을 가로막고 셰일가스업체들의 자금조달비용을 늘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오르고 신흥국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던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반전된 유가하락, 신흥국시장 불안 등은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유출로 중국·중남미 등의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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