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로 세간에 각인된 인공지능(AI)이 빠른 속도로 인간의 삶에 스며들었다. 번역, 상담, 투자 컨설팅,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기존에 사람이 해왔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한 것. 앞으로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세계 AI시장 규모는 1650억달러(약 196조원)로 추정된다. AI시대의 도래에 발맞춰 시장선점 경쟁에 가세한 국내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가 지난해 3월 현존하는 바둑계 최고수 중 한명인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꺾으며 전세계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 '알파고 쇼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최근 더 똑똑해진 알파고는 한·중·일 랭킹 1위 박정환·커제·이야마 유타 9단 등 내로라하는 프로기사들과 온라인 대국을 벌여 60전 전승을 기록했다.


갈수록 진화하는 AI의 능력이 재차 확인된 가운데 올해는 음성비서 등 AI 상용화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윌스트리트저널, 가트너 등은 “AI가 올해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모든 산업영역에 침투하며 한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2010년 이후 AI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막대한 투자를 했다. 최근에는 가시적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한발 늦은 감이 있지만 AI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SK, ‘누구·에이브릴’로 AI시장 공략


SK그룹은 핵심 계열사 SK텔레콤과 SK(주) C&C사업을 중심으로 AI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8월 SK텔레콤은 스피커 형태의 AI기기 ‘누구’(NUGU)를 출시하며 음성인식 기반 AI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연인, 가족, 비서 등 이용자가 원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누구’는 이용자가 전용기기에 대화하듯 말하면 고도화된 음성인식기술과 AI엔진을 통해 원하는 바를 파악해 수행하는 서비스다.

딥 러닝 기술이 접목돼 사용횟수가 많아질수록 성능이 점점 향상되는 ‘누구’는 음성 지시만으로 ▲조명, 제습기, TV 등 가전기기 제어 ▲음악 추천 및 자동 재생 ▲날씨, 일정 등 정보 안내 ▲T맵 교통정보 ▲피자·치킨 배달 등의 명령을 수행한다.

SK(주) C&C사업은 IBM의 AI엔진 ‘왓슨’에 기반을 둔 ‘에이브릴’의 상용화를 목전에 뒀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 SK(주) C&C사업은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AI서비스 ‘SM-에이브릴 AI비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해당 서비스 시제품은 스피커 형태의 ‘위드 AI 어시스턴트’로 일단 영어로만 서비스되지만 내년부터는 한국어서비스도 추가된다. SK(주) C&C사업 관계자는 “SM-에이브릴서비스는 국내는 물론 한국발 글로벌 AI서비스시장 개척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CES 2017에서 선보인 가정용 허브 로봇. /사진제공=LG전자

◆LG, AI기반 로봇사업 진출
LG전자는 이번 CES 2017에서 처음 공개한 다양한 AI 기반 로봇제품을 바탕으로 로봇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LG전자가 선보인 로봇 포트폴리오는 ▲스마트 가전과 연계해 똑똑한 집사 역할을 수행하는 가정용 허브 로봇 ▲정원을 손질하는 로봇 ▲공항, 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고객의 편의를 돕는 로봇 등이다. 이들 로봇은 복잡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 주행하고 주어진 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도출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청소기사업을 통해 축적한 자율주행기술과 로봇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스마트 가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생활로봇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며 “가정용 생활로봇에서 시작해 공공서비스를 위한 로봇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ES 2017에서 차세대 TV QLED를 소개하고 있는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든 제품에 AI·IoT 도입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17에서 모든 가전제품이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고 AI를 통해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행동하는 미래 생활가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선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는 AI기능을 확대해 리모컨 음성인식 버튼만 누르면 모든 기능을 음성인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TV가 리모콘 없이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고 알아서 콘텐츠를 추천하게 만들 예정이다.

한층 진화한 IoT 냉장고 삼성 패밀리허브 2.0도 최초 공개했다. 이 제품은 요리나 설거지 등으로 손이 자유롭지 못한 주방환경에서 사용자의 음성을 명확히 인식해 ▲조리 순서에 맞춘 조리법 읽어주기 ▲음성 온라인 쇼핑 ▲음악 재생 ▲음성을 통한 최신 뉴스·날씨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되는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음성인식 AI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며 앞으로 웨어러블기기, 노트북 등 모든 제품에 AI를 접목할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인수한 비브 랩스를 통해 AI를 위한 오픈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IBM과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기술인 왓슨 솔루션 도입 계약을 체결한 롯데그룹.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그룹, 유통에 AI 접목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그룹은 최근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다. IBM 왓슨을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에게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 신뢰도 높은 상품정보, 전문성 있는 조언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가 왓슨을 활용해 진행할 AI사업 방향은 크게 두갈래다. 먼저 챗봇(대화형 로봇)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서비스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를 백화점 등 유통관련 계열사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챗봇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상품추천, 매장설명, 온라인 픽업서비스 안내 등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제과 및 푸드계열사의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 수립에는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을 적용한다. 왓슨을 통해 다양한 외부시장 데이터와 내부 시스템의 매출 및 제품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신사업 개발 및 출시를 위한 의사결정에 활용한다는 게 롯데그룹의 구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고 새로운 영역에서 가치를 찾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IBM의 왓슨 솔루션을 도입했다”며 “인지 컴퓨팅 분야에 장기적이고 일관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한 IBM과 함께 고객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