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골목길 풍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몇몇 남아 있는 예스러운 골목길이 추억을 그리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뿐이다. 현대인들에게 골목길은 어떤 의미일까. 고층 아파트와 빌딩 숲에 둘러싸인 답답한 세상,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추억 속 골목길 풍경을 <머니S>가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철수야 놀자~”, “영희야 밥 먹어~”, “민수 엄마 저녁 찬거리 뭐 있어?”….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골목길을 가득 채우던 흔한 풍경이다.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때 되면 나와서 친구와 놀고 엄마의 밥 먹으라는 잔소리가 귓가에 울리면 더 놀고 싶어도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내는 동네 아줌마와 슈퍼 앞 평상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아줌마의 주름이 늘어나는 사이 세상은 변했다. 작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던 정겨운 주택가 골목길은 신도시 아파트 숲에 가려졌고 친구와 뛰놀던 일상은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높은 건물뿐인 세상, 정겨운 골목길은 어디 갔을까.
◆‘응답하라 1988’의 추억
여기저기서 아이들 뛰노는 왁자지껄한 소리, 때 되면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저녁 찬거리를 다듬는 동네 아줌마, 대문 옆에 가득 쌓인 연탄재 등 인기리에 방송된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추억의 골목길 풍경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추억이 사라진 자리엔 고층 아파트와 빌딩숲이 들어섰다. 흘러간 시간 동안 골목길에서 친구와 흙장난하던 꼬마도 어느새 세상 걱정에 피곤한 일상을 사는 어른이 됐다. <응답하라 1988> 속 추억의 골목길을 보며 “그땐 그랬지” 하는 혼잣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TV에서 옛 추억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라도 방송되면 회사에 연차를 내면서까지 참여하는 열정도 마다 않는다.
그만큼 세상은 많이 변했다. 흘러버린 시간 동안 우리가 뛰놀던 골목길은 재개발·재건축 앞에 서서히 사라졌다. 흙을 벗 삼아 놀던 손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만지고 세상 걱정 없이 나가서 놀 궁리만 하던 머리는 대출이자 갚을 걱정으로 가득 찼다.
적응할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릴 때 뛰놀던 골목길 풍경은 어느새 사라져 추억이 됐다. 그때 그 시절 우리 동네 골목길은 언제 그렇게 사라졌을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골목길을 가득 채우던 흔한 풍경이다.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때 되면 나와서 친구와 놀고 엄마의 밥 먹으라는 잔소리가 귓가에 울리면 더 놀고 싶어도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내는 동네 아줌마와 슈퍼 앞 평상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아줌마의 주름이 늘어나는 사이 세상은 변했다. 작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던 정겨운 주택가 골목길은 신도시 아파트 숲에 가려졌고 친구와 뛰놀던 일상은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높은 건물뿐인 세상, 정겨운 골목길은 어디 갔을까.
◆‘응답하라 1988’의 추억
여기저기서 아이들 뛰노는 왁자지껄한 소리, 때 되면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저녁 찬거리를 다듬는 동네 아줌마, 대문 옆에 가득 쌓인 연탄재 등 인기리에 방송된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추억의 골목길 풍경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추억이 사라진 자리엔 고층 아파트와 빌딩숲이 들어섰다. 흘러간 시간 동안 골목길에서 친구와 흙장난하던 꼬마도 어느새 세상 걱정에 피곤한 일상을 사는 어른이 됐다. <응답하라 1988> 속 추억의 골목길을 보며 “그땐 그랬지” 하는 혼잣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TV에서 옛 추억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라도 방송되면 회사에 연차를 내면서까지 참여하는 열정도 마다 않는다.
그만큼 세상은 많이 변했다. 흘러버린 시간 동안 우리가 뛰놀던 골목길은 재개발·재건축 앞에 서서히 사라졌다. 흙을 벗 삼아 놀던 손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만지고 세상 걱정 없이 나가서 놀 궁리만 하던 머리는 대출이자 갚을 걱정으로 가득 찼다.
적응할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릴 때 뛰놀던 골목길 풍경은 어느새 사라져 추억이 됐다. 그때 그 시절 우리 동네 골목길은 언제 그렇게 사라졌을까.
/사진=김창성 기자
◆재개발·재건축, 신도시의 등장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가족은 재개발이 확정된 정든 서울 쌍문동 골목길을 떠나 판교로 이사간다. 주인공 가족은 이삿짐을 실은 용달차 운전기사가 어디로 가냐고 묻자 ‘판교’로 간다고 말하지만 운전기사는판교가 어딘지 골똘히 생각하다 “그런 촌 동네를 왜 가냐”며 어이없어 한다.
당시 판교는 그런 동네였지만 지금은 정부의 신도시개발정책을 등에 업고 대표적인 수도권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사라진 동네 골목길은 정부의 도시재개발사업과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증가하는 인구에 비해 주택이 턱없이 부족했고 서울에 집중된 인구와 각종 산업을 분산시킬 대책이 필요했다.
이에 정부는 1989년 4월 수도권 1기신도시개발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포함된 경기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5개 도시에 곧바로 1기신도시가 건설됐다.
이후 1992년 말까지 순차적 입주를 완료하며 1기신도시는 총 117만명, 29만2000가구가 거주하는 대도시로 탈바꿈 했다. 1기신도시의 성공적 안착으로 지난 1985년 69.8%에 불과했던 주택보급률은 1992년에는 75% 수준까지 뛰었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1기신도시는 많은 비판도 받았다. 주택보급률을 끌어올렸지만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초래하며 교통을 비롯한 각종 혼잡도를 끌어올렸다. 또 토지 난개발로 인한 기반시설 및 녹지부족이라는 결과도 낳았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논의돼 착공에 들어간 수원 광교, 화성 동탄 1·2, 판교 등 2기신도시는 1기신도시의 단점으로 지적된 기반시설과 녹지부족 현상을 보완해 최근 입주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브랜드아파트의 단상
1기신도시와 2기신도시를 거치며 사라진 골목길만큼 변한 풍경이 있다. 골목길 주택가에 살던 시절에는 슈퍼 앞 두번째 골목 파란 대문집, 세탁소 옆 진돗개 키우는 빨간 대문집 등으로 내가 살던 집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치 래미안’, ‘삼성동 힐스테이트’, ‘반포 자이’ 등 동네와 대형건설사 아파트브랜드만 대면 어디에 사는지, 얼마나 잘사는지를 한번에 가늠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시대가 됐다.
‘연화마을’, ‘꿈마을’, ‘하얀마을’, ‘무지개마을’ 등 아파트에 ‘OO마을’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1기신도시와 달리 대형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가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부터는 각 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가 그 동네의 모든 것을 대변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아파트의 등장으로 바뀐 세상은 씁쓸한 단면도 데려왔다. 고급 브랜드아파트에 사는 부모의 목소리엔 힘이 실린다. 경비아저씨를 대하는 태도는 불손하고 나보다 못사는 이웃을 대하는 표정은 차갑다.
자녀들의 삶도 팍팍하다. 사는 동네에 따라 친구들의 등급을 매기고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왕따를 당한다.
동네 지물포 아저씨와 방앗간 아줌마가 격 없이 대화를 나누던 모습은 볼 수 없다. 주인집 아들과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친구가 손잡고 등교하던 골목길 풍경도 도시개발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는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고즈넉한 골목길 몇개만 남아 도시개발에 떠밀린 우리의 추억을 위로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설합본호(제472호·제4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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