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초고층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다른 한쪽은 매번 저쪽의 계획에 제동을 건다. 서울 한강변 주요 아파트재건축조합과 서울시의 이 같은 대립은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는 서울시 층수제한 규제를 넘으려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이 뜨거운 감자였다. 올해도 규제하려는 자와 규제를 피하려는 자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50층 꿈꾸는 강남 재건축아파트
1992년 입주한 분당·중동·평촌·일산 등 수도권 1기신도시는 올해 햇수로 25년이 된다. 30년인 아파트 재건축연한이 불과 5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는 입주한지 40여년 된 아파트가 재건축 층수제한 규제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강남 부촌시대를 연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 입주(1·2차 기준)해 올해로 41년 된 노후아파트다. 14차까지 지어진 5679세대의 대단지인 이곳은 최고 41년 된 노후 아파트임에도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한강변에 위치해 현재도 20억~30억원대의 시세를 형성하며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1979년 입주해 38년 된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대표 노후아파트지만 10억~15억원대의 시세를 형성하며 재건축 기대감에 사로잡힌 곳이다.
시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서울 강남의 대표 노후아파트이자 고가 아파트인 두곳은 지난해 재건축 층수제한을 두고 뜨거운 감자였다.
서울시가 ‘2030서울도시기본계획’,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등에 따라 한강변 아파트를 비롯한 주요 재건축단지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자 압구정 현대, 대치동 은마를 비롯한 서울 한강변 주요 재건축아파트 주밀들은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며 층수제한 철폐를 외쳤다.
재건축조합 측은 층수 제한을 통한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층수제한을 통해 조망권 사유화를 막고 균형 잡힌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고 맞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35층 층수제한 갈등 재점화
“대기업이 짓는 빌딩은 규제를 풀면서까지 100층 넘게 올리는데 왜 우리가 살 집은 50층도 허용 안해줍니까?”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서울시의 아파트 재건축 규제는 형평성이 결여됐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빌딩과 주거지는 용도가 달라 규제 잣대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지적처럼 롯데그룹의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와 현대차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100층을 훌쩍 넘는 반면 서울시의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규제는 한결같이 35층으로 국한됐다.
다만 예외는 있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특별건축구역제도 1호로 지정돼 저·중·고층건물을 혼합 배치하는 조건으로 일부 동은 38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렸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이 단지는 예외조항 수혜와 한강변 조망 등을 앞세워 반포의 왕좌로 군림하던 인근 래미안 퍼스티지를 제치고 단숨에 강남권 대표 아파트로 거듭났다. 단 3층 차이지만 후속 재건축조합이 예외조항을 똑같이 적용하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재건축조합의 바람과 달리 올해도 서울시의 35층 층수제한 규제는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18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상정된 강남 재건축아파트 정비계획안 중 ‘35층 이하’ 단지들만 심의를 통과했고 50층 이상 계획안을 낸 잠실주공5단지는 층수제한 규제에 막혀 심의가 연기됐다.
◆35층 통과, 50층은 또 고배
최고 50층 계획안을 냈다 고배를 마신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1일 열린 도계위에서 다시 서울시 규제에 막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열린 3차 도계위에서 ‘잠실아파트지구 1주구 잠실5단지 재건축사업 정비계획변경 및 경관계획안’은 보류됐다.
한강변 재건축사업의 주요 단지 중 하나인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35층’의 재건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서울시 규제에 맞서 최고 50층 재건축계획을 제출해 통과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지만 서울시 방침은 굳건했다.
송파구 잠실동 27번지 일대에 위치한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4월 입주해 올해로 39년 된 노후 아파트다.
최고 15층 총 30개동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이곳은 재건축조합 방침에 따라 용적률 315.02%, 최고 50층 6483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지만 앞선 두번의 도계위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이날 열린 도계위에서도 심의가 보류됐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 측은 인접한 잠실역 사거리가 광역지역이라 최고 50층 재건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는 광역지역에 대한 거리 기준이 명확치 않아 조합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선다.
잠실주공5단지의 최고 50층 계획안이 통과될 경우 은마아파트 등 앞서 도계위 문턱을 넘지 못한 다른 재건축단지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었지만 다시 보류돼 확고한 서울시 방침만 확인한 자리였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 반응이다. 이에 따라 도계위 문턱을 못 넘은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최고 50층 계획안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도계위 문턱을 넘은 잠실 미성·크로바 통합 재건축단지와 진주, 서초 반포현대 단지 등은 재건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사업을 서둘러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마치면 2018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피할 수 있어 안도하는 분위기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