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려는 소액재테크족이 늘고 있다. 저성장·저고용·저임금·저소비·저투자·저금리 등이 어우러진 이른바 ‘6저 시대’가 고착화되며 소액재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머니S>가 성공한 소액재테크 사례와 유형별 소액재테크 방법을 살펴봤다. 또 재테크의 지름길로 불리는 현명한 지출 팁을 소개한다. 나아가 소액재테크 전문가를 직접 만나 생생한 소액재테크 이야기도 들어봤다.<편집자주>
소액투자로 미래를 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뛰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직장인 월급, 무너지는 자영업자가 수두룩한 냉엄한 현실 속에서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려는 소액재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P2P 펀딩, 크라우드 펀딩 등 과거에 없던 새로운 재테크 방법이 생겨나며 소액을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소액재테크가 뜨는 현실을 짚어봤다.
◆소액으로 종잣돈 만들기, 선택 아닌 필수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직장인 765명을 대상으로 ‘2016년 저축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332명(43.4%)이 저축을 꾸준히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월급이 적어서(50.6%) ▲대출·카드연체 등 빚이 있어서(34.9%)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31.9%) ▲물가가 너무 올라서(31.3%) ▲월세 등 주거비 지출이 많아서(22.6%) 등을 꼽았다(복수응답).
하지만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저축한 이들이 433명(56.6%)으로 더 많았다. 이들이 지난해 모은 연간 저축액은 평균 1089만원으로 월평균 90만원가량을 저축했다.
저축구간별로 살펴보면 ▲500만원 미만 26.8% ▲900만~1000만원 미만 10.4% ▲500만~600만원 미만 10.2% 등 매달 소액저축을 한 이들이 47.4%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86.9%가 ‘올해 저축 계획이 있다’고 답해 직장인들의 저축에 대한 의지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목표한 올해 저축액은 평균 1185만원이었다.
직장인들이 저축을 하는 이유는 결혼자금마련이 26%로 1위, 주거비 마련이 22%로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노후대비(17.3%), 단순 목돈 마련(17%), 부채 탕감(5.3%) 등이 뒤를 이었다.
소액재테크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기관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1946만7000명)의 월평균 임금 구간은 ▲100만~200만원 미만 34.6% ▲200만~300만원 미만 25.6% ▲300만~400만원 미만 14.4% ▲400만원 이상이 14.2% ▲100만원 미만이 11.2% 등으로 나타났다. 한달 수입이 200만원이 안되는 직장인이 전체 직장인의 절반에 가까운 45.8%에 달하는 셈이다.
국내 고용시장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562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의 3년 생존율은 28.%, 5년 생존율은 17.7%다. 10명 중 8명 이상이 5년 내에 망한다는 것은 자영업자의 소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영업자의 생존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금리인상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 남윤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이자율 기준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하면 현재 영업 중인 가게가 1년 내 문을 닫을 확률이 음식·숙박업 10.6%, 수리·기타 서비스업 7.5%, 도·소매업 7% 순으로 증가한다”며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소비지출이 위축돼 폐업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부터 연 1.25%의 역대 최저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더 이상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무너지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소액재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한 재무설계사는 “현실적으로 여윳돈이 거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들의 미래 가계 환경은 불확성실성이 매우 크다”며 “소액이라고 하더라고 재테크를 시작해 돈을 모으는 재미를 알아가며 투자액을 늘리거나 꾸준한 소액재테크로 목돈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잣돈 만들기 바람
우리나라와 경제흐름이 유사한 일본에서는 이미 소액재테크가 시대적 현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닛케이네트(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2013년부터 소득 중하위층 일본여성을 중심으로 5년에 1000만엔(약 1억원) 저축을 목표로 절약 및 소액재테크를 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들을 지칭하는 ‘부(富)녀자’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알뜰히 생활해 일부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아파트나 작은 상가를 장만하기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임대업을 시작해 직장생활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부녀자’는 2016년 일본의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노력해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 젊은이들이 현재의 삶을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재테크를 하지 않고 소득 대부분을 소비하는 경향이 생겼다. 일본의 모든 것을 배울 필요는 없지만 좋은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며 “소액재테크는 은퇴 후 삶이라는 먼 미래가 아닌 5년 혹은 10년 뒤라는 가까운 미래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