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청문회 위증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또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도 이 부회장과 같은 혐의(청문회 위증 제외)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첫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26일 만에 삼성에게 또 다시 리더십 공백 위기가 닥친 것이다.


특검팀이 4주가량의 보강 조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한 만큼 이 부회장을 향한 창끝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에 따라 삼성 측도 첫번째 구속영장 청구 때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새롭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으로 맞서고 있다.

새롭게 추가된 혐의를 살펴보면 우선 특검팀은 보강조사 기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를 줄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삼성에 특혜를 준 정황을 포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특검팀은 제일모직-삼성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특혜뿐 아니라 합병 이후에도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공정위를 동원해 삼성의 주식매각 규모를 줄여주는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합병 이후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갖고 있던 삼성SDI의 지배력이 커지고 삼성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는데 이와 관련 공정위는 삼성 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하라는 잠정 결정을 내렸다가 두달 뒤 처분할 주식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공정위 유권해석에 대한 내부 이견이 있었고 외부 전문가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삼성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한국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바꿔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이와 관련 삼성 측은 “지난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에는 당초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 했으나 거래소가 국내 상장을 거듭 요청해 와 어쩔 수 없이 국내에 상장한 것으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9월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삼성이 비덱스포츠와 체결한 컨설팅 계약 이행이 어렵게 되자 최씨를 우회 지원한 정황도 새롭게 포착했다. 삼성이 비타나V를 포함한 기존 정씨의 말을 처분하는 척하며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20억원 이상의 스웨덴산 명마 블라디미르 등 말 두필을 사줬다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사장에게 범죄수익은닉죄를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일부 언론이 제기한 우회 지원 의혹은 최순실의 일방적인 요청을 기록한 메모로 박상진 사장은 해당 요청을 거절했으며 추가지원을 약속하지도 않았다”며 “어떠한 방법으로도 최씨 측을 우회 지원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의 창과 삼성의 방패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오는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판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