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사용권이란 일종의 특허권이다. 이것을 획득하면 일정기간(3개월~1년) 다른 보험사가 이와 유사한 상품을 팔 수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관련 상품을 시장에서 주도적으로 판매할 안정적인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다. 실적 메리트가 크지 않고 오히려 상품 베끼기를 조장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타적사용권은 과연 보험사에 효과적인 특허권일까.
/사진=이미지투데이
◆규제 완화 속 획득 건수 증가
배타적사용권은 2001년 12월 보험사간 ‘상품 베끼기’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 소비자 사이에서도 보험사별 상품구성이나 특약 등이 비슷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들쑥날쑥한 편이다. 생·손보협회에 따르면 생·손보사의 배타적사용권 획득 건수는 도입 이듬해인 2002년 2건에 불과했지만 2003년 8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2004년 4건, 2005년 6건 등 2015년까지 10건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15건을 기록하며 10건을 돌파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보험사는 삼성생명(13)과 삼성화재(6건)다. 반면 NH농협생명은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배타적사용권 획득 증가는 2015년 10월 금융당국이 보험사별 상품개발 관련 규제 완화를 선언하고 금융감독원 신고 없이 보험상품을 만들도록 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가 상품출시 때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줬으며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에 기여해 배타적사용권 획득이 늘었다는 것.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험사가 신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금감원에 반드시 신고해야 했다”며 “하지만 담당자 재량에 따라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또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은 배타적사용권의 인정 기간을 기존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했다. 배타적사용권을 침해한 보험사의 제재금도 기존 최대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며 보험사 상품권한 강화에 힘썼다.
상품개발 자율화에 사용기간이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배타적 사용권 신청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 배타적사용권 신청건수인 20건이 접수됐고 올해는 4월 현재 이미 22건을 기록했다.
◆실적보다 ‘마케팅 포인트’ 활용
이처럼 배타적사용권 신청·획득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보험사들이 이 특허를 여전히 유용하게 생각한다는 걸 방증한다. 실제로 2015년 ING생명은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해 큰 재미를 봤다.
당시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를 최대 25% 낮춘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 ‘용감한 오렌지종신보험’을 출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ING생명은 올 1월 말까지 가입 건수 7만7382건, 월 초회보험료 146억4700만원을 돌파했다.
통상 업계에서 출시상품의 초회보험료가 50억원일 경우 선방했다고 보는 점을 감안하면 ING생명은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결국 이 상품은 이후 많은 보험사가 앞다퉈 저해지환급형상품을 출시하는 촉매제가 됐다.
물론 고배를 마신 보험사도 있다. 지난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배타적사용권 상품의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자체적으로도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실적에만 포커스를 두고 배타적사용권 획득의 메리트를 판단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애초 특정 타깃을 염두에 둔 상품이어서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것.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수입보험료 반등이 뚜렷하지 않다고 해서 배타적사용권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보기 힘들다”며 “타깃을 선정한 후 상품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독특하다고 생각되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다. 처음부터 실적만을 노리고 만든 상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설계사들이 영업현장에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을 집중 홍보하는 등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로 봐야 한다”며 “배타적사용권 무용론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배타적사용권 획득이 ‘상품 베끼기’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ING생명의 저해지환급형은 배타적사용권 기간만료 후 주요 중소생보사가 잇따라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이 지난해 1월 출시해 재미를 본 양·한방보험 역시 기간만료 후 생·손보사들이 유사상품을 내놨다. 시장에 비슷한 상품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현대라이프생명의 양·한방보험을 일부러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보험업계를 십수년간 달군 자살보험금 사태 역시 보험업계의 ‘상품 베끼기’에서 촉발됐다.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은 일반사망보험과 별도로 재해로 사망한 경우 주계약의 2~3배를 추가 지급하는 약관을 넣었는데 이를 경쟁사들이 약관까지 그대로 베끼면서 문제가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베끼기 논란이 나와 배타적사용권 보호기간을 1년으로 늘린 것”이라며 “1년이면 시장에서 한 상품이 자리를 잡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다만 보호기간 만료 후 보험사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는 것까지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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