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 <전두환 회고록>이 놓여 있다. /사진=서대웅 기자
21일 낮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 중앙통로의 한 평단에 ‘바로 알고 바로 뽑자’는 팻말이 걸려있고 아래로 대선주자의 얼굴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 속에서 이질적인 책 한권이 눈에 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이듬해 5·17 쿠데타를 일으켜 1988년까지 대통령으로 독재한 전두환씨의 회고록이다.
표지 하단에는 “군인은 나라가 요구하면 생명까지도 바쳐야 한다. (중략) 운명처럼 그렇게 나라의 부름이 찾아왔다”라는 본문의 일부를 옮겨 놨다. 타국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이 시민을 향해 총구를 겨눈 것을 운명이라고 여기나 보다.
4페이지. 전씨는 ‘진실의 가장 큰 벗은 세월이고, 가장 큰 적은 편견’이라는 잠언을 인용해 글을 시작한다. 중간에는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일 뿐이어서 ‘패자’의 얘기는 모두 묻히게 된다고 한다”고 썼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전씨가 패자인가. ‘패자’란 개념은 ‘승자’가 있어야 성립하는데, 그렇다면 역사적 승자는 누구인가. ‘역사적 죄인’이 회고록을 발간하고 대선주자들의 자서전과 나란히 놓인 걸 보니 그의 책 부제처럼 ‘혼돈의 시대’가 맞나 보다. 다음달 9일, 혼돈의 시대를 벗어나게 할 후보가 당선되길 바란다. 새 시대가 머지않았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