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C-500h. /사진=렉서스 제공
수입차업계가 ‘서비스’를 앞세워 진검승부를 준비한다.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서비스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TA(자유무역협정) 바람을 타고 수년간 양적성장의 길을 내달려온 수입차업계가 변곡점을 맞아 숨을 고르며 질적성장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수입차업계는 2010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일궜다. 하지만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졌고 때마침 국내경기 불황이 찾아왔다.
결과는 역성장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판매량이 줄어든 데다 정부의 인증과정이 깐깐해지며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줄줄이 연기됐다. 이에 업체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애프터서비스(AS)에 집중 투자할 뜻을 밝혔다. 늦은 감은 있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셈이다.
러브 마이 토요타 서비스. /사진=토요타 코리아 제공
◆쏠림현상이 바꾼 업계 분위기
지난해 수입차업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판매정지다. 이는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이후 정부가 모든 수입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자 인증이 늦어지면서 신차 출시가 줄줄이 지연됐다. 그간 구매유인책이었던 개별소비세 인하혜택마저도 끝난 상황이어서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활황세를 ‘폭주기관차’에 비유한다. 걷잡을 수 없이 판매량이 널뛰는 상황에서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춰 세워야 했지만 제동을 걸 명분이 부족했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마당이라 한대라도 더 팔아 이윤을 남겨야 살아남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에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서비스품질 악화로 인한 AS관련 불만이 꾸준히 증가한 것.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엔 디젤을 앞세운 독일차업계의 기세가 어마어마했다”면서 “하지만 한쪽으로의 쏠림현상이 지나쳐서 불안해 보였고 마치 폭탄돌리기를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를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빤히 보이는 데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 고객응대 장면.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입차 판매량은 2010년 10만대에 조금 모자란 9만562대였지만 2011년 10만5037대에서 2012년 13만858대로 증가폭이 커졌다. 2013년에는 15만6497대를 넘어서더니 2014년 19만6359대로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15년은 24만3900대로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2만5279대에 불과하다. 2015년의 24만3900만대보다 7.6% 줄어든 수치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나마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판매량이 9만4397대로 지난해 같은 시기 9만3314대보다 양호한 성적인 게 위안거리다.
2011년 수입차 공식서비스센터는 전국에 257곳이었고 지난해 기준 407곳이다. 약 5년 사이에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센터 한곳이 맡아야 하는 차 대수는 408.7대(2011년)에서 599대(2016년)로 오히려 늘었다. 그만큼 판매량이 많았던 것. 서비스센터의 부담이 커지자 업체들은 올 들어 적극적으로 시설을 확충했다. 이달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센터는 총 434곳으로 센터의 스트레스는 519대 수준이다.
서비스 인력도 증가했다. 2011년 3000여명이었지만 지난해 6800여명에서 올 들어 8500여명으로 늘어났다.
BMW 그룹 코리아 AS센터. /사진=BMW 그룹 코리아 제공
◆달라진 수입차 소비자, 서비스도 발 맞춰야
KAIDA에 따르면 수입차는 2011년부터 올 4월까지 113만대 이상이 팔렸다. 특히 법인구매 대신 개인구매비중이 늘고 차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구매연령 또한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서비스 수요 증가는 물론 소비자 성향 변화도 의미한다. 업체들은 브랜드 특성과 철학에 맞춰 차별화를 꾀하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2011년 법인구매는 46.97%로 수입차 판매의 절반쯤을 차지했다. 당시 개인구매는 30대 18.28%, 40대 14.64%, 50대 10.09%로 3대 축을 형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법인구매는 35.69%에 불과했고 개인구매는 64.31%로 늘었다. 이 중 30대 비중은 24.57%로 치솟았고 40대 18.91%, 50대는 10.67%였다.
가격대별 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5000만~7000만원대 차종의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2013년부터는 3000만~4000만원대 차종이 4000만~5000만원대의 비중을 앞질렀고 판매량이 극에 달한 2015년에는 25.31%로 증가했다.
문턱이 낮아지자 브랜드선호도도 달라졌다. 2011년 BMW와 폭스바겐을 선호하던 30~40대가 2015년 폭스바겐과 BMW, 아우디, 벤츠 순으로 바뀌었고 디젤게이트 이후인 지난해부터는 벤츠와 BMW의 양강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현명한 소비를 앞세운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점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젊어지며 성향도 매우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어 서비스도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동차 서비스센터가 정비공간을 넘어 자동차브랜드와 문화를 체험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진화 중인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볼보개인전담서비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거품 걷어내고 재도약
문턱을 낮춘 수입차가 늘었지만 비싼 수리비와 유지비는 여전한 해결과제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발생한 자차 보험사고 중 수입차는 11.8%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사고로 지급된 보험금 1조1234억원 중 수입차에게 돌아간 건 3029억원(27%)에 달했다. 수입차 사고 시 발생하는 건당 보험금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일부 보험사가 특별 조항을 내세우며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물론 이에 대응하려는 수입차업계의 움직임도 있다. 신규차종을 중심으로 보험개발원에서 실시하는 보험등급평가에 적극 참여하는 게 대표적. 또한 주요부품가격을 낮추고 무상보증기간이 끝난 차종에 혜택을 주기도 한다.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서비스, 보험료 등 유지비에서 차별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수입차의 점유율은 2011년 7.98%, 2015년 15.53%에서 지난해 14.36%로 주춤하더니 올해 15.26%로 다시 증가세다. KAIDA는 올 수입차 시장을 23만8000대로 전망했다.
윤대성 KAIDA 부회장은 “마이너스 성장은 벗어나겠으나 제반 여건상 큰폭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 브랜드는 수입차시장의 재도약을 위한 내실다지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수입차 서비스 인프라 성장비교. /자료=각사 /정리=최윤신 기자 /그래픽=김민준 편집기자
수입차 서비스 인프라 성장비교. /자료=각사 /정리=최윤신 기자 /그래픽=김민준 편집기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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