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교내에 붙은 연대 대자보. /사진=동덕여대 페이스북 캡처

서울 한 여대에서 일부 남성 교수들이 강의 도중 여성 혐오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재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관련 사례를 수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동덕여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성인권위원회는 지난 27일부터 학내 교수·강사의 혐오 표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재학생과 졸업생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에 나섰다. 이는 지난 11월 교내에서 교수들의 부적절 발언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잇달아 게시된 데 따른 것이다.
교내 총학생회 측은 지난 28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연달아 교강사의 혐오 발언 규탄 대자보가 게재됐다"며 "이에 따라 교강사의 인권 감수성 부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사건의 사후 해결과 사전 예방을 위한 기초 자료 구축을 위해 교강사 혐오 표현 대응을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다"며 "학우분들의 많은 참여로 혐오 표현 없는 동덕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설문 조사에는 여성 혐오, 인종 차별, 장애 혐오 등 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교수·강사의 혐오 표현 사례 수집 항목과 학교에 전할 요구사항 등 의견을 수렴하는 항목이 포함됐다. 설문 조사는 2020년 1월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학내에는 여성 혐오 성격을 띈 발언을 한 남성 교수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 따르면 A 교수는 강의 도중 “여러분이 나이가 들면 시집을 가지 않겠냐. 애를 좀 낳아라. 나는 출산율이 너무도 걱정된다” “하얀 와이셔츠 입은 오빠들 만나야지. 오빠들 만나러 가려고 수업 빠져도 돼”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작성자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입학할 후배들에게 당신 같은 교수를 물려줄 수 없어 펜을 들었다”며 대자보를 붙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당신들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낙오되고 있다”면서 “꼭 페미니즘을 배워 당신의 ‘교수다움’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날 게시된 다른 대자보에서는 또 다른 교수 B씨의 발언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B씨는 “왜 강의자료를 다들 안보나. 야동(야한 동영상)을 올려줘야지 보나”라는 성희롱성 발언과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학생들은 해당 대자보 주위에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125혐오표현해방’ 해시태그를 단 글을 올리며 동참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A 교수는 반박 대자보를 붙이고 "인구 감소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설명하면서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오빠’ 언급은 사정이 있어도 수업에 아예 결석하지는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교수는 강의 도중 학생들의 대자보 내용을 두고 “남교수는 여대에서 죄인이지 뭐”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