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더 이상 소들을 풀밭에 방목하지 않아도 되고 소들에게 먹일 풀을 기르기 위해 땅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미래 식량에 관해 설명하는 과학자 마티 조프슨(Marty Jopson)의 저서 ‘음식으로 보는 미래 과학’에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대규모 동물 사육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줄이기 위한 ‘대체육’ 사업이 뜨고 있다.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려는 사람들도 증가하면서 식품업계도 다양한 식물성 고기와 관련된 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식(食)’에 관한 새로운 선택지가 제시되고 있는 시점이다.
“대체육 시장 잡아라”… 선점 경쟁 나선 식품업계

언리미트 분짜 샐러드/사진제공=SPC삼립
한국채식연합(KVU)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명으로 2008년 15만명 대비 10배 증가해 비건인구는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 사이에 식물성 대체육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지닌 미래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신규 제품 론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일 SPC삼립의 그랩앤고(Grab & Go) 브랜드 시티델리는 언리미트와 함께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신제품 ‘언리미트 분짜 샐러드’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병아리콩, 렌틸콩, 퀴노아 등 슈퍼푸드를 함유한 100%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

김현호 SPC삼립 커뮤니케이션실 차장은 “트랜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영양을 챙기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며 “여러가지 채소와 함께 곁들이기 좋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대체육에 대한 연구개발을 해온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8일 최근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내놓고 대체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베러미트의 첫 제품으로 돼지고기 대체육 햄인 콜드컷을 선보였다. 베러미트 콜드컷 제조에 사용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육류 식감 재현 기술’에 대해 특허 출원도 진행했다.

석한규 신세계푸드 파트너는 “국내 대체육 시장은 소고기 대체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돼지고기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동원F&B 비욘드미트./사진제공=동원F&B
동원F&b는 지난 2018년 미국 대체육 전문기업 ‘비욘드미트’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비욘드미트’의 제품은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한 뒤, 섬유질, 효모 등 여러 식물성 원료와 혼합해 실제 고기와 매우 흡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 
김일규 동원그룹 홍보실 팀장은 “코코넛 오일로 고기의 육즙까지 재현해 일반 고기에 비해 철분과 단백질은 더 많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현저히 낮으며, 환경호르몬이나 항생제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농심 베지가든(너비아니)./사진제공=농심
농심은 올해 초 ‘베지가든’ 브랜드를 선보였다. 베지가든 대표 품목은 식물성 다짐육과 패티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 공법으로 차별점을 뒀다. 

HMMA는 대체육 제조기술 중 가장 진보한 공법으로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구현했다.
유지원 농심 미디어홍보팀 대리는 “이커머스 채널에서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 증대와 제품의 확대로 인해 베지가든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주요 소비층은 모바일 쇼핑 환경에 익숙하며 가치소비에 관심을 가진 20-40대 여성의 소비가 많다”고 말했다.

풀무원 한끼두부면/사진제공=풀무원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풀무원은 최근 대두 등 원재료에서 단백성분을 추출, 조직화를 거쳐 최종산물에 가까운 물성, 풍미, 색을 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콩과 소재 및 두부 베이스로 선보이는 제품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식물성 고단백질 식품 ▲식물성 저탄수화물 식품 ▲식물성 고기 ▲식물성 음료 및 음용식품 ▲식물성 등 6개 분야로 나눠 식물성 단백질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끼두부면’은 두부면 충진수만 따라 버린 후 동봉된 소스와 함께 비비면 돼 건강하고 맛있는 두부면 요리를 순식간에 완성할 수 있다. 두부면을 데우거나 볶아 먹어야 했던 번거로움은 줄이고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카페에서도 대체육에 대한 움직임 '활발'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도 대체육을 샌드위치와 밀박스에 차용해 대체육 콜드컷을 이용 한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와 ‘플랜트 함박&파스타 밀 박스’를 출시했다. 수차례 개발, 품평을 통해 국내 최초 돼지고기 대체육 콜드컷 햄을 이용한 샌드위치를 개발했다.
하지은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는 "기존 대체육보다 식감을 개선 한 대체육 함박을 이용해 밀박스를 개발했다"며 "스타벅스의 대체육 이용 상품들은 실제 햄과 함박의 식감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소비자 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플랜트 함박&파스타 밀 박스/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상품의 모든 원재료에서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고 상품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빵과 소스 등에서 동물성 성분을 제외하고 맛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진정성 있는 지구 환경과 동물 복지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상품의 전 성분을 식물성 성분만으로 구성한 상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투썸플레이스도 환경 및 대체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트렌드에 맞춰 지속 가능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고민하는 고객은 물론 식물성 대체육에 호기심을 갖는 고객들을 위해 대체육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2월 카페 프랜차이즈 최초로 프리미엄 식물성 대체육 샌드위치인 ‘비욘드 미트 파니니’ 2종을, 7월에는 ‘식물성 대체육 옴니미트 샐러드랩’을 출시했다.

투썸플레이스 비욘드미트 더블머쉬룸/사진제공=투썸플레이스
특히 투썸플레이스만의 레시피를 적용해 대체육 제품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비욘드 미트 파니니는 새송이 버섯과 표고 버섯을 넣은 더블 머쉬룸 파니니와 커리 소스로 풍미를 더한 커리 파니니 2가지 맛으로 출시했다. 식물성 대체육 옴니미트 샐러드 랩은 샐러드의 신선함과 샌드위치의 간편함을 접목시킨 샐러드랩 제품으로 한 끼 식사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대기업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핵심 경쟁력을 발판으로 미래 가능성이 높은 대체 식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대체육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 내 파이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기존에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축산업계와의 갈등이 빚어질 우려도 있어 정부 차원에서 미리 모니터링하고 대처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1부 - 고기 없는 고기 밥상… 대체육이 식탁에 오르는 미래 ‘성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