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하진이의 생후 2주차 모습(왼쪽)과 지난 9일 6㎏으로 건강하게 성장한 하진이의 첫 번째 외래 진료 모습./사진=서울성모병원
국제질병분류상 주산기의 정의는 임신 22주부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생존능력은 생명의 징후인 심박동, 제대의 박동, 자발적 근육 움직임과 함께 임신 22주 이상이거나 체중 500g 이상일 때로 정의할 정도로 하진이는 초극소 미숙아였다. 하진이의 생존율은 20% 미만이었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100회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퇴원한 하진이는 9일 외래로 병원을 다시 찾았다.
하진이의 엄마는 첫째를 만삭으로 출산한 특이 질환 없는 32세의 산모였다. 임신 중에도 특별한 소견이 없었다. 하진이는 임신 22주가 되던 지난 해 7월 급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 발생으로 산모의 혈압 및 의식저하가 일어났다. 동시에 태아 심박동수가 감소해 22주 5일만에 응급제왕절개로 태어났다.
하진이는 응급상황으로 출생했기 때문에 조기 분만이 예상되는 미숙아의 폐 성숙을 위해 투여하는 산전 스테로이드조차 투여되지 못했다. 출생 시 울음이나 움직임 등도 거의 없었다. 출생 직후 기관삽관, 계면활성제 투여 및 인공호흡기 등 호흡을 위한 치료 등이 이어졌다. 의료진들의 노력에 보답하는 듯 아기는 잘 견뎠다.
그러던 생후 2주에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장천공 수술을 비롯해 장루 복원 수술 등을 받게 됐다. 출생 전에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고 출생 직후에는 닫혀야 하는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의 관이 닫히지 않았다. 하진이는 동맥관 개존증 수술을 받는 등 총 5번의 수술을 이겨냈다.
폐성숙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 많은 수술과 패혈증으로 기관 탈관과 삽관이 반복되고 기계호흡기의 기간이 길어지며 하진이에게는 심한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됐다. 회복을 위해 10개월 넘는 기간 동안 서유미, 오문연, 성현정 교수와 수 많은 전공의,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 모두가 정성과 사랑으로 하진이를 돌봤다.
퇴원을 앞두고 입원 치료 중인 하진이와 주치의 성현정 교수(왼쪽)와 보호자. /사진=서울성모병원
하진이의 부모는 "출산 직후 산모의 갑작스러운 혈압 및 의식저하로 엄마가 외과중환자실로 옮겨졌던 위급 상황에서도 하진이 곁에 의료진들이 있어 아기가 고비를 잘 이겨낸 거 같다"며 "300일간의 여정에 하진이를 위해 밤낮으로 함께 해주신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과 많은 의료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하진이가 많은 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아기가 되도록 잘 키우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현재 하진이는 6㎏까지 잘 성장해 건강하게 퇴원한 상태다. 향후 치료로는 산소치료 및 위관수유 중이며 폐동맥 고혈압 경구 약을 복용하고 있다. 외래진료를 통해 소아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성장 발달 평가 등을 시행하며 추적관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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