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디피의 비건 버거./사진=다이어리알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재치 있게 남긴 수상 소감이다. 비건 인구가 많은 서구권 시장에 존재해 온 비건 버거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푸드테크 영역에서 미래 식량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대체육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이를 선도하는 기업에서 햄버거 패티 형태의 대체육을 선보인 것이 촉매가 됐다. 이에 발 빠른 외식 업체에서도 대체육이나 버섯, 곡물 등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비건 메뉴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제 비건 음식의 애호는 환경과 동물을 위한 윤리적인 선택을 지지한다는 표현이자 트렌디한 취향,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씨디피(CDP)
브런치 카페 씨디피 내부./사진=다이어리알
매장에 들어서면 바로 자리로 직행해 식사를 주문하기보다 한편에 마련된 판매 공간에 흥미가 동하게 된다. 갓 구운 다양한 빵부터 비건 간식들과 잼, 유제품 등 식료품, 그리고 쌀과 직접 키운 쌈 채소 미니 화분까지 씨디피가 향하는 방향과 같은 결의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표 메뉴인 '달버거'는 채소가 가진 좋은 에너지를 음식에 담아내는 강지민 셰프가 개발한 메뉴다. 농부 시장인 마르쉐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먹거리로 토종 품종인 키 작은 밀로 매일 굽는 버거 번과 뿌리채소, 병아리콩, 건표고, 느타리, 양파, 찰수수 등 곡물과 채소 11종으로 만든 '비건 곡물 채소 버거'라 하겠다.
달버거 맛의 핵심인 곡물 채소 패티는 다채로운 곡물과 채소가 지닌 본연의 식감과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장점을 끌어내 맛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결국 '고기의 맛'을 즐기기 위한 목적인 대체육보다는 어떤 첨가제 없이도 채소와 곡물은 그 자체만으로 맛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 보다 자연스러운 형태로 비건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고민이 탄생시킨 메뉴라 하겠다.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하고 오독오독 매력적인 곡물의 식감과 버섯의 풍미 덕에 주기적으로 찾아오거나 패티만 별도로 구매해 즐기는 단골들도 상당수다. 직접 구운 브리오슈 번에 곡물 채소 패티, 그리고 세 가지 구운 채소를 올려 낸 '온달 버거'도 인기.
셰프는 본인도 오랜 시간 비건 채식을 하며 자연스럽게 환경에 보다 이로운 방향성을 음식을 통해 표현하게 됐다. 지금도 대부분의 식재료를 농장을 직접 찾아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고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거둬온 산물과 직접 허브와 채소를 기르는 '달의 정원'에서 수확해 사용한다. '음식 쓰레기는 퇴비로, 퇴비는 텃밭에, 텃밭의 채소는 다시 맛있는 음식으로'라는 브랜드의 신념을 올바른 순환을 통해 실천하는 셈이다.
식사를 마친 뒤 잔잔한 물결과 푸르게 우거진 풀 내음을 맡으며 서호공원을 산책할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장점이다. 지구를 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과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담은 맛있는 한 끼 이후의 마침맞은 마무리다.
◆고든램지버거
고든램지버거의 베지버거./사진=다이어리알
◆VFUS
플랜트 베이스의 버거./사진=다이어리알
◆베제투스
베제투스의 인기 비건 버거./사진=다이어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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