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후보자가 결국 KT 차기 대표 내정자를 포기하면서 KT가 혼란에 빠지게 됐다. /사진=뉴스1
KT는 27일 "윤경림 후보(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며 "윤 후보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자는 지난 22일 조찬 간담회 자리를 통해 이사들에게 "내가 더 버티면 KT가 망가질 것 같다"며 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사들은 윤 후보자가 주총까지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면 회사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만류했지만 끝내 윤 후보의 뜻을 돌리지 못했다.
윤 후보자는 최근 거세지고 있는 정치권의 압박에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T이사회가 윤 후보를 KT 차기 대표로 내정하자 여권에선 "그들만의 리그"라며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도 투명한 선임 과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검찰이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윤 사장의 배임·일감 몰아주기 등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31일 주주총회에서 KT 차기 대표 후보자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 후보가 공식 사퇴하면서 대표이사 선임 건 및 윤 사장이 추천한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 역시 폐기된다. 다만 상법에 따라 재무제표를 승인해야 하기 때문에 주총은 일정대로 열린다
구현모 현 대표가 임시 주총까지 그대로 이끄는 방안이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표이사 유고 상황으로 규정하고 대표 직무 대행을 선임한다면 직제 규정에 맞춰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과 박종욱 안전보건총괄 겸 경영기획부문장이 후보로 꼽힌다.
KT는 매년 11~12월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진행하지만 작년 12월부터 수장 자리가 흔들리면서 본사는 물론이고 계열사까지 모든 인사와 조직 개편이 마비된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등 중요한 의사 결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CEO 리스크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KT 노조마저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민영기업 KT를 압박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사회 역시 현재 사태에서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조합원들이 참여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수립하는 데 나서겠다는 의지다.
KT 노조는 한국노총 정보기술(IT) 연맹 소속으로 KT 전체 조합원의 99%인 1만6000여명이 속한 다수 노조다. 제2노조에 해당하는 KT 새노조 역시 "이사회가 모든 대혼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표 선임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도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사내 후보자의 경우에는 현직 KT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에 따라 대상자가 정해졌으나 18명의 외부 후보자는 재공모에 나설지 또는 새로운 인물이 나올지 장담하기 어렵다. 거듭된 대표 선임 문제로 노조, 주주들의 불만이 가득하고 정치권과의 관계 설정 역시 중요한 만큼 이들 모두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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