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그레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 /사진=장동규 기자
◆블그레
블그레 내부. /사진=장동규 기자
순우리말처럼 느껴지는 블그레의 이름은 빛의 삼원색인 블루, 그린, 레드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세 가지 색이 모이면 하얀색 빛이 되는데 이는 다양성과 어우러짐을 상징한다. 또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색으로든 새롭게 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매장에 들어서면 이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화이트톤으로 통일된 도화지 위에 삼원색이 은은하게 오가는 조명과 미디어아트, 초록의 식물과 푸른 유니폼까지 다양한 색채가 섬세하게 어우러진다.
이곳을 이끄는 '봉주부' 김봉수 셰프는 '도마' '마린'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며 그만의 세계관을 공고히 다져왔다. 최근에는 지속가능성과 발효에 주목해 이를 '봉주부 스타일'의 음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열중해왔다.
블그레는 다양한 반찬과 밥을 함께 곁들이는 섞음, 그리고 김치와 장, 전통주 등 한식의 근간에 있는 삭힘의 문화를 기본으로 계절의 정취를 담은 음식을 타파스의 형태로 선보인다. 오픈과 함께 선보인 첫 테마에서는 고춧가루가 사용되기 이전 시대의 레시피에서 영감을 얻어 모든 음식에서 이를 제외한 것이 특징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한입요기'는 계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메뉴 중 하나다. 첫 번째 테마로 선보인 '겨울한입요기' 디시는 겨울 산에서 받은 영감을 한 입 거리 타파스로 풀어냈다. 눈 덮인 겨울의 나무가 심어진 접시와 제공될 때 함께 등장하는 로즈마리향을 머금은 드라이아이스의 극적인 연출은 식사의 즐거움과 '인증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그 위를 수놓은 섬세한 타파스는 냉면, 오징어초회, 고로케 순으로 맛보면 된다. 메밀면과 냉면의 고명을 무쌈으로 말아냈는데 이를 머금은 상태에서 작은 장독에 잠긴 동치미 육수를 들이켜면 입안으로 익숙한 감각의 퍼즐이 맞춰지며 균형 잡힌 냉면의 맛이 한입에 완성된다. 겨울 장독에서 막 떠서 마시는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의 정서를 녹여낸 것도 위트 있다. 검은콩 소스와 동결 건조해 초록 고추장에 비빈 오징어 초회를 바삭한 타르트지에 올려낸 오징어 초회와 참새우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김치를 주재료로 만든 고로케까지 각각의 한입을 통해 식감과 온도가 연결되며 한 장의 겨울 풍경을 완성한다.
음식 하나하나에 활용된 토종 식재료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한데 주변의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기본으로 쉽고 편안하지만 반전 있는 해석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셰프의 역할이라 믿기 때문이다.
'양배추구이와 홍합된장소스'는 이러한 철학이 명확하게 표현된 디시다. 익숙한 식재료인 양배추를 10시간가량 천천히 기름에 부드럽게 익힌 뒤 숯불 향 나게 구워내며 된장이 들어간 홍합 소스를 곁들여 낸다. 참신한 조리법의 응용은 양배추가 메인 식재료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끌어내며 딱딱한 심지까지 버리는 것 없이 모두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향한 메시지도 담아냈다.
다채로운 전통주, 와인 등 주류도 음식과 어울리게 섬세하게 배치하여 식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계절마다 메뉴가 변경된다고 하니 한결 따스해진 바람과 함께 드리워질 블그레의 봄 인사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스페이스오
스페이스오 메인 메뉴. /사진=다이어리알
◆주052
주052의 장어구이비빔국수. /사진=다이어리알
◆지리
지리의 메인 메뉴. /사진=다이어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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