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으로 본회의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총사퇴로 후임 원내대표 선출(26일) 이후에나 여야 간 의사일정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노골화할 경우 국정감사 일정과 맞물려 사법부 수장의 부재 기간이 연말, 혹은 그 이상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전날(24일)을 끝으로 6년의 임기를 마쳤다. 후임에는 이균용 후보자가 지명돼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지난 21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돼 예정대로라면 여야 합의로 이날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민주당 원내지도부 사퇴로 본회의 개최가 다시 미뤄졌다.
대법원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된다. 임명동의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있어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본회의가 열려야 어떠한 결론이든 낼 수 있다.
10월11일부터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예정돼 있어 다음 본회의가 11월에야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월 본회의에서도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하거나 부결 결과가 나오면 사법부 수장 공백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오석준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은 국회 인준 표결을 받지 못한 채 119일간 표류했다. 오 대법관이 맡아야 했던 사건들이 다른 대법관에게 배당되면서 업무 과중 현상이 일어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장의 공석 사태는 대법관 공석 사태보다 더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의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전원합의체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반영된 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대법원장 궐위 상태가 되면 법원조직법에 따라 가장 선임인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이론상으로는 안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을 맡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권한 행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히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후임 후보자 제청 문제가 크다. 대법관 제청권도 대법원장의 권한인데 이 또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장 공백으로 선임 대법관이 후임 대법관을 제청한 적은 없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권한대행의 후임 대법관 제청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안 대법관도 내년 1월 민유숙 대법관과 함께 퇴임한다. 퇴임 전까지도 대법원장이 취임하지 않는다면 14명(대법원장 포함)의 대법관 중에 3명이 부재하고 11명만 남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총 5차례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있었다.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후임 조용순 대법원장 사이에는 약 6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1993년 9월 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문제로 사퇴하면서 윤관 대법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최재호 대법관이 2주간 권한을 대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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