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동조합이 사측의 대규모 인력 재배치 계획 변경을 요구하면 16일 서울 종로구 소재 광화문 사옥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KT 전국 노조 간부진이 대규모 인력 재배치 항의 집회에 나선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KT 노동조합이 사측의 대규모 인력 재배치 계획 변경을 요구하며 '일방적 조직개편 반대, 조합간부 총력투쟁 결의대회'라는 중앙집회를 열었다. KT가 자회사 2개를 설립해 네트워크 운용 업무를 이관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등 대규모 인력 재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KT 노동조합 측은 사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협상이 무산되면 철야농성, 항의 집회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예고했다.
16일 KT노조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진동 소재 KT 광화문 사옥에서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노조 간부진 288명이 참석했다.

KT 노조는 사측의 인력개편안이 일방적이라고 꼬집었다. KT 이사회가 전날 통신 네트워크 운영·관리를 전담하는 자회사 두 곳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한 데 대해 "통신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T는 내년 1월1일자로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고 네트워크 부문 인력 5700여명을 자회사로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을 실시할 방침이다.


집회는 노사 간 특별한 마찰 없이 진행됐다.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두건을 쓰고 푸른색 조끼를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사측에 강하게 맞섰다.

권중혁 KT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가 주장하는 1안은 구조조정 추진을 철회하는 것 이지만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재배치되는 조합원들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정도의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이동하는 직원의 고용 안전을 보전해야 하고 본사 수준에 준하는 대우, 충분한 보상을 얻고 나갈 수 있도록 협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T와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결의대회를 아침까지 진행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KT분당사옥에서도 이어갈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KT 노조 "인력 재배치는 통신 본연의 경쟁력 훼손할 것"
사진은 KT 노조 간부진이 피켓을 흔들며 사측의 대규모 인력 재배치에 반대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현장에서 만난 한 KT 노조 관계자는 "AI 중심으로 사업을 변경하고 직원을 자회사로 전출하는 것은 KT의 본업인 통신 인프라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며 "뒤통수를 맞은 듯하고 회사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김영섭 대표의 발언과 달리 전체 인력의 30%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면서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KT는 전출 자회사와 근속 연수에 따라 기본급을 기존에 KT에서 받던 금액의 50~70%로 낮추고 차액은 일시금으로 보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KT 본사와 자회사의 복지제도 차이, 기본급 감액에 따른 불이익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자회사로의 이동과 기본급 감액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실상 '회사를 떠나라'는 뜻인 희망퇴직밖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KT 관계자는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조직·비용 효율화를 꾀하고자 인력 혁신을 추진하게 됐다"며 "'구조조정'하면 연상되는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인력 감축이 아니라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 및 인력의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노사와 불협화음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과 2014년 총 두 차례의 대규모 인력 재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