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1위 굳히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ETF(상장지수펀드) 적립식 자동매수 시스템을 내년 중 도입한다./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ETF(상장지수펀드) 적립식 자동매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과 격차를 크게 벌리기 위해 경쟁사의 시스템을 본따 한 단계 고도화 하는 전략을 구사키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5월 본격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퇴직연금 ETF 적립식 자동매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구체적인 매뉴얼 등을 배치하는 테스트 단계다. 퇴직연금 ETF 적립식 자동매수 시스템은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자가 지정한 ETF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올해 5월 한국투자증권이 최초로 내놓은 이 시스템은 고객 은퇴자금을 굴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증권사가 우위를 점하는 퇴직연금 시장 특성상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기존에는 개인연금에서만 가능했다.


퇴직연금 ETF 적립식 자동매수는 위험을 분산하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퇴직연금에 유용한 전략으로 꼽힌다. 특히 ETF가 퇴직연금 운용상품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증권사 경우 700여개의 ETF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운용 수수료가 낮고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를 점차 선호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이 ETF 적립식 자동매수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내년을 퇴직연금 선두 굳히기 원년으로 삼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7조3755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 (14조4822억원)과 12조8933억원 차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22조1373억원)과 한국투자증권(11조7556억원) 격차는 10조3817억원이었다. 1년새 2조5116억원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올해 10월31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이후 한국투자증권의 퇴직금 적립금 규모가 1개월새 5000억원 이상 불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은 개인고객그룹은 퇴직연금2본부와 퇴직연금운영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1월 미래에셋증권이 기존 연금 1·2부문으로 돼있던 연금사업부문에 새롭게 연금혁신부문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지 약 2주 만이다.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선 한국투자증권과 확실히 격차를 벌리기 위한 이른바 초격차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ETF 자동매수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자산을 잘 운용하는 증권사가 주목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