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사상 첫 순자산 200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펀드 대비 낮은 운용보수와 투자 편의성, 상품 다양화로 개인투자자 유입을 키우며 시장을 크게 확대시켰다는 평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1조2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6월 100조원 돌파에 이어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수준이다. 5년 전인 2020년 5월 말 61조9520억원 수준이던 ETF 시장 규모는 3배 이상 불어나며 명실상부한 국민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ETF 상장 종목 수도 곧 1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첫 ETF 상품인 'KODEX 200'이 등장한 지 23년 만이다. 5월 말 기준 상장 ETF 수는 989개로 1000개 돌파까지 11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 들어 국내 ETF 시장에선 국내 주식형 상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 속에 K방산, 한화그룹, 국내 우주·항공산업 등 국내 정책 수혜 테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영향이다. 올해 1~5월 ETF 수익률 상위 5종목은 모두 국내 기업을 담은 테마 ETF로 ▲PLUS K방산(116%) ▲TIGER K방산&우주(106%) ▲PLUS 한화그룹주(99%) ▲SOL K방산(86%) ▲PLUS 글로벌방산(62%) 등이 차지했다.

수요 확산을 이끈 개인 투자자의 비중도 눈에 띈다. 올 들어 5월29일까지 개인은 ETF 시장에서 10조3241억원을 순매수하며 견고한 자금 유입을 이끌었다.


ETF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상품의 거래 편의성과 투명성, 낮은 보수가 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고 펀드 구성 내역이 매일 공개돼 투자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며 대중적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TF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삼성자산운용(KODEX)과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은 각각 38.81%, 33.41%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ACE) KB자산운용(RISE) 신한자산운용(SOL) 키움투자자산운용(KIWOOM) 하나자산운용(1Q) 등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시장 확대와 함께 ETF 유형도 세분화됐다. 전통적인 지수 추종형 패시브 ETF를 넘어 운용 역량이 반영된 액티브 ETF와 특정 산업·정책에 투자하는 테마 ETF, 월배당 ETF, 하락장 방어형 버퍼 ETF, 옵션 전략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존재…'붕어빵 ETF'·'좀비 ETF' 경계 필요
ETF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특정 테마나 종목에 집중한 유사 상품이 과잉 출시되는 현상도 지적된다. 시장 주목을 끈 테마에 복수 운용사가 동시에 비슷한 ETF를 출시하는 이른바 '붕어빵 ETF'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투자금 유입이 부족한 '좀비 ETF' 역시 증가해 업계 내 자원 낭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운용사가 수익성 악화에도 수수료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상품 본연의 차별화 전략보다는 마케팅과 가격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진 만큼, 이제는 단순한 상품 수 증가가 아닌 '지속가능한 상품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정 테마나 업종에만 집중된 과잉 출시, 유사 상품의 난립은 결국 투자자 신뢰를 해칠 수 있는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