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국내 보험영업시장에서 지난 6년간 순위 상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메리츠화재

손해보험업계에서 메기로 주목받던 메리츠화재의 수익 위주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장기보장성보험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이후 6년 만에 순이익을 6.7배 높이며 손보 5위(순이익 기준)에서 3위로 올라섰지만 국내 보험영업시장에서 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장기보장성보험에 치중한 탓에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못하며 고객 저변을 넓히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후 장기보장성보험 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1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메리츠화재의 원수보험료(초회·계속 보험료 합)는 3조3783억1800만원으로 삼성화재(7조5138억9000만원)와 DB손보(5조5434억2900만원), 현대해상(4조7099억1700만원), KB손보(3조7447억8300만원)에 이어 다섯 번째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 계약자에게서 직접 받아들인 보험료다.

통상적으로 보험영업 규모이자 보험시장에서 점유율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메리츠화재는 손보협회가 본격적으로 원수보험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단 한 차례(2023년)를 제외하고 매년 5위에 머물렀다.

이는 2018년 2535억9700만원에 머물렀던 순이익을 2024년 1조7105억5000만원으로 574.5%(6.7배) 증가시키며 3위로 올라선 것과 대조적이다.

올 1분기에도 메리츠화재 순이익은 4625억1300만원으로 2위를 기록한 반면 원수보험료는 3조3783억1800만원으로 5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메리츠화재가 보험 영업규모 면에서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장기보장성보험에 치중한 상품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전체 원수보험료(15조3352억400만원) 가운데 장기보장성보험은 13조5525억4900만원으로 88.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70%, DB손보는 68.5%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삼성화재보다 18.3%포인트(p), DB손보보다는 14.8%p 높은 것이다.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해 주는 장기보장성보험은 가입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보험료가 높아 수익성이 높다.

이에 메리츠화재도 장기보장성보험에 집중해 단기간에 순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된 이후 메리츠화재는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증대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해 신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가 중요한데 저축성보험과 달리 장기보장성보험이 유리하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도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나선 것이다.

실제 올 1분기 메리츠화재의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2조9243억9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들며 7년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올 1분기 삼성화재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5조4877억6100만원으로 6.6%, DB손보는 3조8812억4200만원으로 18.7% 증가했다.

이에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초부터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 해상보험 등 일반보험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올 1분기 메리츠화재의 일반보험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4539억2300만원이었다.

아울러 보험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성을 나타내는 보험수익 부문에서도 7년째 5위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보험수익은 8조7136억3300만원으로 삼성화재(17조525억1500만원), DB손보(14조7561억2600만원), 현대해상(13조7150억1000만원), KB손보(10조726억900만원)에 이어 다섯번째였다.

올 1분기에도 메리츠화재 보험수익은 2조2399억1100만원으로 삼성화재(4조4799억6700만원), DB손보(3조7769억2200만원), 현대해상(3조4326억3400만원), KB손보(2조5820억4300만원)에 이어 5위였다.

올 1분기 메리츠화재의 보험수익 증가율도 2.6%로 삼성화재(11.7%), KB손보(5.4%), DB손보(4.7%) 등 3개사보다 낮았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매 수수료 중심의 사업 모델은 수익 안정성 확보에 부정적"이라며 "비이자 부문 확대에 나선 금융권이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을 줄이고 수익구조를 다양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최선추정에 가까운 계리가정을 적용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 능력을 유지하면서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며 "앞으로도 양질의 신계약을 확보하는 등 가치총량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