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지난 7년간 비정규직 근로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메리츠화재

2015년 손해보험업계에서 최초로 성과보상주의 원칙을 도입한 메리츠화재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9년 동안 10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에 비례해 급여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비정규직을 대거 끌어모았지만 고용 불안정성과 성과급 미지급 등 처우는 개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용범 전 메리츠화재 대표가 취임했던 2015년 12월말 65명이었던 메리츠화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2024년 12월 말엔 617명으로 9.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62명에서 2227명으로 1.1배 늘어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증가 속도가 가파른 것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2015년 3%에서 2024년엔 21.7%로 무려 18.7%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비정규직 비중은 삼성화재(1.6%)보다 무려 17.1%p 높다.


메리츠화재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2019년이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대거 채용하면서 전체 직원 2977명 가운데 비정규직을 733명(24.6%)까지 늘렸다. 2018년엔 비정규직이 85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무려 8.6배 늘어난 것이다.

이후 2020년엔 638명(21.7%), 2021년엔 452명(16.1%)으로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에 이어 사기업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제로화'를 강조하기 시작하며 메리츠화재도 비정규직을 일시적으로 줄인 것이다.

이후 정권 교체가 이뤄지며 2022년 16.9%, 2023년 19.9%를 찍는 등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메리츠화재가 비정규직을 적극 채용하는 것은 성과주의 전략과 맞물린다.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에서 메리츠화재 대표로 자리를 옮긴 김용범 전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증권사 특성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정규직의 경우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잘게 쪼개 직원이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며 독립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적 마인드'를 심는 데 공을 들였다.

또한 비정규직에겐 개인 역량과 성과에 따라 급여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하며 실적 극대화에 집중했다.

다만 매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메리츠화재가 비정규직에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등 차별 대우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정규직에게 연봉의 60%를 성과급으로 책정, 손보업계에서 가장 많은 성과급을 제공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김중현 대표이사 사장은 총 25억68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가운데 급여가 2억4800만원, 상여는 23억1000만원이었다.

김종민 전 부사장은 상여 28억1000만원, 퇴직금 26억9200만원 등을 포함해 총 56억4600만원을 수령했다. 이범진 부사장 보수는 상여 23억1000만원을 포함해 총 25억8000만원이었다. 김경환 부사장은 상여 23억1000만원을 포함한 총 25억4300만원을 받았다.

반면 비정규직은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비중이나 성별 임금 격차 등은 회사 정책에 따라 달라지지만 비정규직 비중이 높을수록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는 있기 때문에 회사 측면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이나 차별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기본급과 성과급 비중이 상이한데, 메리츠화재는 성과주의 문화 때문에 성과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라며 "성과급을 못 받는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콜센터 등 인력이 본사 인력으로 포함돼서 비정규직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며 "성과주의는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