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단순히 일본 미술의 명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네 가지 주제를 통해 관람객들이 일본인의 삶과 세계관까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신석기 시대 조몬 토기부터 에도 시대(1603~1868)의 채색 자기에 이르기까지, 약 5000년에 걸친 일본 미술의 흐름을 4가지 키워드로 조명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쿄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을 오는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06호에서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전시는 두 기관의 소장품 62건을 중심으로 일본 미술의 외적 아름다움과 내면의 정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일본 중요문화재 7건을 포함해 40건을 출품했고, 이 중 38건은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에도 시대 장식 화풍의 거장 오가타 고린(1658~1716)이 직접 그림을 넣은 '가을풀무늬 고소데(기모노)'를 비롯해, 다도 도구인 '시바노이오리 물항아리', '마키에 다듬이질무늬 벼루 상자', 전통 공연예술인 노(能)에 사용된 '노 가면 샤쿠미' 등이 포함됐다. 모두 일본의 전통 예술과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문화재다.
'장식성'부터 '유희의 정서'까지
전시는 '일본 미술의 안과 밖'을 주제로, 일본 미술의 특징을 네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조명한다.
1부는 '장식성'에 초점을 맞춘다. 선사시대의 토기 중 장식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조몬 토기부터, 17세기 이후 활발히 만들어진 채색 자기, 금박 위에 화려한 색으로 그림을 그린 병풍, 그리고 장식적인 서체로 쓴 서예까지, 다양한 미술품 속에 담긴 꾸밈의 열정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갖추지 않은 듯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다도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다도 도구와 함께 일본의 다도 문화를 소개한다. 또 간결한 멋의 칠기와 옷에서 일본 미술 특유의 절제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3부는 일본 미술에 깃든 '마음'에 주목한다. 특히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아와레(あはれ)' 정서를 조명한다.
"아와레, 순간에 깊이 감동하는 마음"
최종은 학예연구사는 "아와레 정서는 일본 고유의 시가인 와카(和歌) 등 고전 문학과 미술에도 다양하게 표현됐다"며 "특히 한 해가 저무는 가을에 잠시 꽃을 피우는 가을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아와레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전하는 소재로 사랑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가을풀이 묘사된 그림, 복식, 공예 등 미술품과 함께, 아와레를 표현한 문학 작품과 공연도 소개한다.
4부에서는 유쾌하고 명랑한 '아소비(遊び)'의 정서를 다룬다. 일본어로 '놀이'를 의미하는 아소비는 미술에서는 현실을 유쾌하게 바라보고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며 표현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전시에선 에도 시대 풍속화인 우키요예(浮世繪)와 수묵화 등 미술 자체를 유희로 여겨 놀이하듯 빚고 그린 미술품이 소개된다.
오는 7월 16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전시 연계 강연회가 열린다. 일본의 도자와 다도, 일본미술 속 '아와레'의 정서, 일본 수묵화 속 유희 등을 주제로 관련 분야 전문가의 강연이 진행된다.
후지와라 마코토 도쿄국립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은 2002년 학술 교류 협정을 맺은 이후로 20여년간 긴밀한 교류를 해 왔다"며 "내년 2월에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한국 미술의 보물상자'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