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 강 감독(넷플릭스 제공)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 중인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이 소감을 밝혔다.

매기 강 감독은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은 걱정이 있었다"라며 "특히 한국에서 한국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긴장이 좀 풀렸고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 20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25일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 영화는 지난 24일 월드와이드 및 한국, 미국 등 41개국에서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케이팝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강 감독은 "처음부터 케이팝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고,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온다면 너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감독을 맡게 될 기회가 생겨서, 스토리를 구상하다가 이상하게도 악귀 디자인이 굉장히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에 '데몬 헌터'는 대부분 숨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정체를 숨기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때 케이팝이 떠올랐다, 케이팝이 들어가고 나니 뮤지컬이 됐고 콘서트 배경 같은 스펙터클도 영화에 있어서 더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아서 케이팝이 소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케이팝과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힘에 대해선 "한국인들은 모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요즘 K팝이나 K-뷰티처럼, 뭐든 'K'가 앞에 들어가면 미국인들은 열광하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문화가 정말 훌륭해졌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구나'라는 것을 느껴서 이런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넷플릭스 제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음악도 화제다. 소속사 더블랙레이블 수장인 프로듀서 테디가 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작품 속 음악이 진정한 케이팝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케이팝 아이돌이다 보니 콘서트도 해야 하고 자신들이 직접 노래를 써야 하므로 이런 접근이 잘 맞아떨어지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테디와 작업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원타임 시절에 테디 님의 팬이었기 때문에 더블랙레이블, 테디 님과 협업하기로 결정했다"며 "특히 더블랙레이블의 음악이 헌트릭스의 무드나 감성과도 잘 맞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 방탄소년단(BTS)나 트와이스 같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합류하게 돼서 당장 케이팝 시장에 바로 음원을 발매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케이팝다운 음악으로 인지될 수 있을 만한 음악들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트와이스는 삽입곡인 '테이크다운'(Takedown)을 불렀다. 강 감독은 "저희가 그 곡을 부탁했다기보다는 트와이스 분들께 많은 노래 중에 어떤 곡을 커버하고 싶으신지 선택하실 수 있게 했고, 트와이스가 선택해 주셨다"며 "저희 팀은 이 협업에 대해 너무나 행복했고, 트와이스 분들과 참여하신 모든 분도 너무나 만족해 주셨으며, 트와이스 분들께서 영화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홍보도 함께 해주셔서 굉장히 훌륭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 멤버들의 비주얼은 실제 케이팝 아이돌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강 감독은 "디자인할 때 특정한 그룹이나 멤버를 레퍼런스로 삼지는 않았고 저와 크리스 감독님, 다른 아티스트분들도 모두 본인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을 누구처럼 만들고 싶냐는 논의를 할 보드를 만들었고, 이 보드는 결국 거의 모든 아이돌이 다 들어가서 엄청나게 커졌다"며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시청자들이 '이 멤버는 누구다'를 연결하는 전형적인 역할이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멤버는 막내고, 어떤 멤버는 몸이 좋고 이런 역할이 있기 때문에 여러 멤버들을 보고 영향을 받았고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케이팝과 한국의 전통을 결합했다. 강 감독은 "이 영화는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고, 그렇게 하기 위한 한 가지 방식은 모든 장면, 그리고 모든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것이었다"라며 "예를 들어 헌트릭스 멤버들의 모든 옷, 그리고 모든 장면마다 한국적인 요소가 다 반영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이 모든 것을 저 혼자 다 할 수는 없었고, 이 영화의 모든 분야, 모든 영역에 매우 많은 한국 분의 손길이 들어가 있다"며 "모든 분이 이렇게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를 너무나 기뻐하셨고, 오랫동안 이런 작품을 기다려왔던 분들이기 때문에 미술, 애니메이션 같은 모든 요소에 있어서 한국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것에 흔쾌히 함께해주셨다"고 말했다.

극 중 큰 사랑을 받는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에 대해서도 "디자인 콘셉트를 시작할 때 아티스트분들이 민화를 찾았고, 이런 민화의 호랑이 디자인이 유독 재미있기 때문에, 민화 호랑이 컬렉션 폴더를 만들었다"며 "처음에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쓸지는 몰랐는데 그러던 중에 루미와 진우가 만나서 대화해야 하는데, 진우는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문자를 보내는 건 이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지를 보내면 어떨지 생각하다가 '호랑이가 진우의 편지를 루미에게 보내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전했다.

영화에는 안효섭, 이병헌, 김윤진 등이 더빙으로 참여했다. 강 감독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 특히 이병헌과 함께한 작업이 너무나 영광스러웠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설레고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경험 중 하나였다"며 "이병헌에게 이 이야기에 대해 피칭하던 때가 기억이 많이 난다, 그때 정말 많은 질문을 하셨고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콘셉트에 대해 너무 멋지고 좋다고 동의해 주셨고, 그 결과 성우로 참여해 주시기로 결정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어 "김윤진도 마찬가지로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예술적인 비전에 대해 굉장히 놀라워했다"며 "또한 전형적인 K-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와 함께하는 것이 저희의 꿈이었는데, 안효섭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와 캐릭터에 진정성이 부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강 감독은 영어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지점에 대해 "전 문화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또 북미에서 자랐기 때문에 양쪽 세계에 다 발을 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그 두 세계를 화합해야 했다"며 "저는 영어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방식이 저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영어로 한국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독특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문화적으로 온전히 한국적인 영화가 미국 회사에 의해서 제작이 된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나타내주는 증거와도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한국 문화가 얼마나 많이 발전해 왔는지, 한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