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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직장 내 가혹행위 피해 직원에 징계 처분을 내렸다. 가해자인 고위 임원 A씨가 김원섭 KPGA 회장의 최측근 관계로 알려진 가운데, 보복성 징계를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KPGA 노동조합에 따르면 KPGA는 지난 8일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이틀 뒤인 10일 무더기 징계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이번 징계위원회가 가혹행위 가해자인 A씨가 강요한 시말서, 경위서 등을 근거로 열렸다는 것이다.

징계위에 회부된 7명 중 6명은 A씨의 괴롭힘 피해자였으며, 이들 중에는 최초 신고자인 B씨, 최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출석해 추가 피해 조사를 마친 C씨도 포함됐다.


B씨는 견책, C씨는 해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KPGA 고위 임원 A씨의 직장 내 가혹행위 사건이 공론화됐다. A씨는 사무국 직원 B씨를 대상으로 △극심한 욕설과 폭언, 막말 △가족을 운운한 모욕 △각서 제출, 연차 사용 강제 △퇴사 강요 △성희롱 발언 등의 가혹행위를 일삼아 경찰 고발을 당했고, 경찰은 지난 5월 강요·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

KPGA는 이후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전수 조사를 실시했고, 10명 이상의 추가 피해자도 파악됐다.

그러나 KPGA는 이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나 A씨에 대한 공식 처분을 미루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무급 정직 상태에 놓여있지만, 이는 공식 징계가 아닌 임시 조치였다.

KPGA 빌딩 전경. (KPGA 홈페이지 캡처)


해당 사건에 대해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처분을 했기 때문에, KPGA는 가해자 공식 징계 절차를 밟아 회신해야 하지만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열었지만 A씨 처분에 대한 논의는 모두 보류됐다.

KPGA노조는 "가해자인 A씨가 욕설과 폭언, 강압으로 요구한 시말서를 근거삼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징계를 단행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노동부에 신고한 B씨와 C씨 모두를 징계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신고자 보호 원칙'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징계를 통해 고위임원 A씨가 여전히 실질적인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PGA는 직원의 징계위 개최는 A씨 문제와 관계없는 별건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A씨 처분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결론 짓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직장 내 가혹행위가 파문을 일으킨 상황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징계가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