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10년, 2020년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하고 추진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했고 이로 인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봤다.
또한 당시 이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도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1심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선고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를 했고 또 다시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지난 2월 2심 재판부 역시 이 회장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강행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검찰이 제기한 각종 혐의에 대해 "원심 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최종 무죄를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경영계 역시 이 회장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의 코멘트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 리스크 해소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대법원의 이 회장에 대한 무죄 판결을 통해 삼성전자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돼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미국발 관세문제, 저성장 고착화 등 수많은 난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 회장은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0.09% 줄고 영업이익은 55.94% 주저 앉았다.
범용 메모리가 수요 침체로 고전했고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역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의 여파로 확실한 반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대형 M&A(인수합병) 등 신성장동력 찾기도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는 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휴양지에서 열린 '앨런&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직후 귀국길에 취재진을 만나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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