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신관에서 진행된 '디지털자산 시장 현황과 주요 법적과제' 2025 하계 공동학술대회 제2세션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가상자산시장 참여와 국내사업자의 해외 진출'을 주제로 한계와 해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날 행사는 블록체인법학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닥사), 디지털금융법포럼의 주최로 변화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기조 발제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외국인 참여 제한과 해외 진출 규제라는 이중 장애물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2017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이후 외국인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는 사실상 금지된 상태"라며 "그 근거가 불명확한 그림자 규제로 작동하면서 외환시장과 자본시장 규율 사이의 미스매치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계좌 개설을 막는 실명확인 제도는 과거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미비 시절에 도입된 것"이라며 "이미 거래소에 직접 KYC(고객확인)와 STR(의심거래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현행 법제와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진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은행들은 송금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는 무조건 불허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손 교수는 "현 자본시장법과 외환거래 규제를 준용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적정 수준의 모니터링·보고 체계를 적용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없는 게 아니라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세션에서는 ▲외국인 계좌 개설 시 상임대리인 활용 및 비대면 인증 제도 마련 ▲AML 기반 오더북 공유 허용 ▲해외 진출 시 금융회사 수준의 보고 체계 적용 등 구체적 대안이 다수 제시됐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외국인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이 불가능해 국내 거래소 이용 자체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며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이 법령에 존재하지 않아 외국 법인이나 개인이 진입할 수단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금세탁방지 기술이 정착된 지금 외국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금융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붕 두나무 투자자보호센터장은 "좋은 돈은 끌어오고 나쁜 돈은 차단해야 한다"며 "외국인 거래 허용은 단지 문을 여는 문제가 아니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절차와 통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더북 공유 같은 해외 제휴도 일정 요건 하에 가능하다"며 "기준에 맞춘 인허가된 해외 사업자와 협력하면 국내로 안전한 유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정기 빗썸 정책지원실 변호사는 "한국은 외국인이 디지털자산을 거래할 수 없는 유일한 나라"라며 "과거에는 실명확인 불가와 자금세탁 우려가 이유였지만 이제는 제도도 마련됐고 거래소들도 자율적으로 STR 등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거래소의 기술력과 유동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제는 한국이 글로벌 자산 유통 시장으로 진입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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