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스1
상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기업들의 걱정이 커진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전무한 상태에서 해외 투기 자본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상법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것을 골자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의 의지가 강했던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법안 공청회를 거치는 중이다.


지금껏 사외이사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만을 제한했지만 상법개정안 시행 이후엔 특수관계인 의결권마저 제약을 받는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이사회가 외부세력에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는 적대적 경쟁사나 해외 투기자본 인사가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경우 영업비밀 등이 유출될 수 있다고 본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까지 법제화를 마치면 기업 이사회가 통째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넘어도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 재산권이 침해되는 문제도 있다.

'자기주식(자사주) 즉시 소각 법안'까지 나오면서 경영 불안감은 팽배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활용해 일정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경영권을 지키는 안전판으로 사용했다. 이마저도 막히면 경영권이 약탈적 행동주의 펀드나 외부 세력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를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대표발의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민주당이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해 추진하는 방안 중 하나다. 주요 내용은 기업이 자시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하고 법 시행 전에 상장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6개월 뒤 공포를 고려하면 기존에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들에겐 기존 자사주 처리 기간으로 법 통과 시부터 최대 1년만 주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황금주'와 같은 핵심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한국에는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차등의결권의 경우에도 벤처기업에 한정돼 있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활용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을 통해 기업들이 불필요한 경영권 분쟁을 피하고 혁신과 투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제공한다. 미국은 포이즌필을 통해 적대적 인수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고 유럽 일부 국가는 정부가 황금주를 통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의 의결권을 지킬 수 있다.

이에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포이즌필 도입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거부권부 주식 도입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으면 장기적인 투자 전략과 경영 비전이 흔들리고 이는 곧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 유출과 경영권 분쟁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 취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