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펄프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영국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 펄프가 데뷔 42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 팬들을 만나는 기대감을 전했다.

오는 8월 2일 펄프는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2025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with KB국민카드 스타샵'(이하 '2025 인천펜타포트')에 헤드라이너로 출격해 무대를 펼친다. 이는 펄프의 첫 내한 공연이다.


펄프는 지난 1978년 영국 셰필드에서 결성된 록밴드로, 1983년 데뷔했다. 이후 2001년까지 '두 유 리멤버 더 퍼스트 타임?'(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 '커먼 피플'(Common People), '디스코 2000'(Disco 2000), '디스 이즈 하드코어'(This Is Hardcore) 등의 히트곡들을 발매하며, 오아시스, 스웨이드, 블러와 함께 '브릿팝 4대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해체 후 2011년 재결합해 공연을 펼친 바 있으며, 2022년 공식적인 2차 재결성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6월 펄프는 23년 만의 첫 앨범인 '모어'(More)를 발매하고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스파이크 아일랜드'(Spike Island)와 '갓 투 해브 러브'(Got to Have Love)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뷔 42년 만에 내한 공연까지 펼치게 된 펄프. 밴드의 기타리스트 마크 웨버는 최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내한 공연에 나서게 된 소감과 2차 재결성 후의 활동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제공='2025 인천 펜타포트'

-이번 공연은 펄프의 첫 내한 무대인데, 기대가 되는 지점이 있나.

▶일본 외 아시아 국가에서는 2023년 12월 홍콩에서 공연한 것이 전부다. 정말 멋진 도시였다. 펄프는 이번이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거라 솔직히 어떤 무대를 마주하게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이렇게 먼 곳에서도 저희 음악을 들어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다만 2012년 처음 멕시코에 갔을 때랑 비슷하길 바라고 있다. 당시엔 아무런 기대도 없이 갔는데, 어마어마한 아레나에서 공연하게 됐고 팬들의 열기가 정말 대단했다.

-최근 한국 콘텐츠들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최근 접한 한국 콘텐츠들이 있나.

▶K팝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저에겐 새롭게 탐험해야 하는 세계다. 하지만 한국에는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2004년, 서울실험영화페스티벌(EXiS)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고, 당시에는 영국의 역사적인 아방가르드 영화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일상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연결고리는 아무래도 토트넘 홋스퍼 팬으로서 손흥민 선수에 대한 애정이다. 이번 공연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공연 다음 날 서울에서 친선경기가 열리더라. 그 경기도 보러 가고 싶다. 그리고 한국의 전설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의 공백 끝에 다시 펄프로 돌아오시는 데 주저함은 없었나.

▶2023년의 공연들이 너무나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저는 오랜 시간 곡을 쓰지 않고 지내왔기 때문에 과연 다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고, 그리웠다는 걸 깨달았다. 다만 가장 망설였던 부분은 '녹음'이었다. 예전 앨범 작업들이 너무 오래 걸렸던 경험이 있어 그 과정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제임스 포드(James Ford)의 훌륭한 프로듀싱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놀랍게도 3주 만에 앨범을 완성했다.

-이번 새 앨범은 23년 만의 앨범이었던 만큼, 어떻게 밴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음악을 보여주려 했나.

▶펄프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멤버들이 모인 팀이다. 지금은 저, 자비스, 칸디다, 닉이 가장 오래 함께한 멤버죠. 저희가 함께 연주하면 자연스럽게 펄프다운 사운드가 나와요. 그걸 의도하려 해도 쉽지 않고,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그런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2022년에 다시 모이고, 새 곡 작업을 시작했을 때도 '이런 사운드를 만들자'는 논의는 거의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그 자체가 저희에게 마법처럼 느껴졌다.

-브릿팝을 대표하는 밴드들이 최근 재결성하며 다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절정이었던 1995년에서 30년이 지난 2025년에 브릿팝이 가지는 음악적 영향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1990년대 중반, 저희가 음악을 하던 그 시기는 정말 특별한 에너지가 넘치던 시기였다. 물론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퍼질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지만, 다시금 그 시절의 밴드들이 팬들 곁으로 돌아오는 걸 보며 음악이 가진 힘을 실감하게 된다. 과거의 팬들에게는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지금의 세대에게는 새롭고도 낯선 세계를 접하는 창구가 될 거다. 세대를 넘나드는 연결, 그게 아마 브릿팝이 지금 다시 회자되는 이유 아닐까.

-올해는 '커먼 피플' 발매 30주년이 되는 해인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이 곡에 어떤 의미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나.

▶이 곡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카페나 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고, '우리가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하고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그런 곡이 탄생했는지, 지금도 가끔은 믿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만큼 놀라운 경험이었고, 펄프의 이름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며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꾼 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