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방송가에 연예인 커플의 결혼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김준호·김지민은 공개 연애 시절부터 프러포즈를 거쳐 최근 결혼식 그리고 신혼집까지, 모든 과정을 '미운 우리 새끼' '돌싱포맨' '조선의 사랑꾼' 등에서 공개했다. 이젠 신혼 생활로 주제가 변경되면서, 결혼식 이후 에피소드 역시 방송 콘텐츠가 됐다.
결혼 소재를 장기 시리즈화한 커플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김종민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은가은 박현호는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신랑수업'에, 최여진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동상이몽2'에 각각 출연하며 결혼 준비 과정을 낱낱이 전시했다. 그 과정에서 다수 시청자들은 현실과 괴리된 결혼식 규모와 인맥, 재력에도 노출됐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그들만의 축제가 전방위적으로 주입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이벤트 감상을 강요하는 행태로도 다가온다. 단발성 기획이 아닌 장기 시리즈화는 불필요한 정보까지 과다하게 끌어오며 피로도를 높인다. 공감 요소가 부재한, 결혼이라는 단순 스펙터클만을 제시하는 관찰 예능은 빈약한 콘텐츠로 전락한다.
스타들의 결혼은 예능에서 다루기 용이한 최적의 소재다. 이를 소재로 한 예능은 가장 사적인 이벤트를 공적 영역으로 끌어온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유리하다. 화제성은 물론, 안정적인 시청률까지 보장한다. 제작진으로서는 프러포즈부터 신혼집 입주까지 구조화된 고정적 서사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출연자만 바꿔 포맷화하기에도 비교적 편리하다.
최근 신화 이민우가 한밤중 결혼을 깜짝 발표하면서 '살림하는 남자들2'도 당일 그의 예비 신부를 최초로 공개한다고도 알렸다. 공식자료로 즉각 홍보하고 프로그램과 밀접한 연계를 드러낸 흐름은 결혼 발표부터 얼마나 체계적으로 콘텐츠화돼 있는지 보여준 대목이다.
하지만 방송사도 절제가 필요하다. 그간의 연출 행태는 대부분 재미도 감동도 없이 이슈 소비에만 급급했다. 수개월에 걸쳐 이벤트와 관련한 일상을 하나하나 전시하고 이슈화하려 하기보다 시청자의 피로도를 고려한 밀도의 에피소드를 선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갈등 해소와 관계 성장과 같은, 시청자도 의미를 둘 수 있는 보편적 공감 코드로 리얼리티의 진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계속되는 피로감 속, 어떤 예능이 가치 있는 시청 경험을 제시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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