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종목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일당이 적발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000억원 규모의 주가조작단이 단일 종목을 이용해 시세 조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은 이들이 종합병원장, 대형학원 설립자등으로 이뤄진 명망가 집단이며 운용사·사모펀드사 임원과 금융사 지점장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협동으로 이뤄진 '주가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은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1000억원 규모 주가조작단을 적발한 것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승우 합동대응단장은 이날 브리핑과 함께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조작 대상 종목은 1개였다며 "과거 여러 종목을 동시에 조작한 사례와는 다르다"고 했다.


다만 종목명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단장은 "주가 그래프만 띄워도 특정이 가능한 상황이라 시장 혼란을 우려한다"며 "현재도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합동대응단장은 언제부터 주가 조작이 시작됐는지와 혐의자 규모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실체적 조정은 2024년 초부터 시작됐다"며 "금감원과 거래소가 올해 초 이상징후를 포착했고 지난 3월부터 기획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조직에 가담한 금융전문가는 3~4명쯤으로 보이며 운용사·사모펀드 전직 임원과 금융사 지점장 등이 포함됐다고 했다.

ATS(대체거래소)나 프리마켓에서 거래된 정황은 없냐는 질문에는 "특정 ATS 시장에서 조작이 이뤄진 건 아니며 일반 시장 전반에 걸쳐 개입했다"고 했다. 이어 "거래소도 ATS 거래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단에 가담한 재력가 그룹과 금융 전문가들의 연결고리는 자금 흐름과 인적 관계로 긴밀히 연결돼있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연루 관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자금 추적, IP 확인, 친인척·학교·업무 관계 등을 통해 공모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가담 계좌 지급 정지를 집행했다. 증선위가 지급정지를 집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 합동대응단장은 "대상 계좌에 남아 있는 주식 평가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며 "현금성 자산을 합치면 1000억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혐의자 중에는 종합병원장, 대형 학원 설립자 등 명망가들이 포함돼 있지만 실명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긴급 브리핑. /사진=염윤경 기자
혐의자들은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 이 합동대응단장은 "조작 대상 종목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기업"이라며 "혐의자 중 전직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가 있어 일부 관여 정황이 보인다"고 했다. 다만 "분쟁을 고의로 이용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금 세탁 정황도 있는지, 또 가상자산 등을 활용한 정황도 있는지에 대해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세탁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SPC(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여러 계좌로 자금을 돌려 자금 출처를 감추려 한 정황은 발견됐다"고 답했다.

앞서 합동대응단은 총 5개의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한 바 있다. 그중 이번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본 사건이 가장 먼저 압수수색 단계에 도달했다"며 "일부러 1호로 정한 건 아니고 다른 사건들도 속도를 내고 있어 추가 발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혐의자들이 초범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전력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다만 일부는 주식투자 전문 경력이 있어 수법이 고도화돼 있었다. 이 합동대응단장은 "IP를 조작하거나 자금세탁을 시도해 적발이 쉽지 않았다"며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 이익에 대해 원천징수 할 계획이다. 과징금 부과 기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합동대응단장은 "현재 기준 부당이득은 400억원이다"며 "벌금과는 별개지만 검찰과 협의해 병행한다"고 했다.

지급 정지를 집행한 계좌 동결 이후 시장 충격이 발생할 우려에 대해서는 "혐의자 보유 주식은 매도할 수 없지만 관련 회사나 일반 투자자 매도세로 폭락이 이어질 수 있어 거래소와 함께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주가조작 대상 기업 관계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발행사 자체가 공모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 상황과의 연관 가능성은 열어두고 조사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합동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1000억원 규모 자금을 이용해 4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주가조작단을 적발했다. 이들은 평소 일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정하고 시세조종 자금을 조달해 다양한 시세조종 주문을 진행했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사건을 "주가조작 근절의 본보기"라 규정하며 압수수색 결과를 토대로 신속히 추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합동대응단장은 "불공정 거래자는 자본시장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며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후속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