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민간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그래픽=머니 S 강지호 기자
금융감독원 국장급 인사 1명이 최근 퇴직해 메리츠화재로 이직을 마무리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조직개편과 대기업보다 낮은 연봉 등이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려는 심리를 부채질 했다. 이는 당국과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메리츠화재의 입장과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메리츠화재는 박성주 전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 국장을 경영지원실 소속 상무로 선임했다.

박 상무의 임기는 내년 9월6일이다. 박 상무는 1975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금감원 공채 2기로 입사했다.

금감원 입사 후 기획조정국 조직문화혁신팀장, 일반은행검사국 검사팀장, 뉴욕사무소 팀장(수석) 등을 지냈다.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 소비자보호총괄팀장을 거쳐 올해부터 국제업무국 국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박 상무가 소속할 메리츠화재의 경영지원실은 재무전략수립과 경영 성과 관리 등을 총괄하는 핵심조직이다.


경영지원실 산하에는 ▲경영전략팀 ▲IFRS17 운영팀 ▲경리팀 ▲IT팀 ▲정보보안팀 등 5개 팀이 있다.

경영지원실은 2023년 11월 금융위원회에서 메리츠화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선욱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박 신임 상무가 메리츠화재로 이동한 배경엔 올해 6월4일 이재명 출범과 동시에 예고된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연관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남은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하거나 금감원을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로 나눌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즉 조직의 안정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게 이직을 부채질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메리츠화재의 높은 연봉도 박 상무가 이직하는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 국장급(1~2급)의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서 1억5000만~1억6000만원이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임원 평균연봉이 7억4800만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최소 4억8800만원 차이다.

이 같은 다양한 상황 때문에 민간 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하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8월 금감원 출신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대상은 총 8명으로 7월 1명보다 6명 증가했다. 올해 3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금감원 출신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대상자는 8월 들어 다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 입장에서는 박 신임 상무를 통해 금융당국과 정책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새 회계기준(IFRS17) 정착 등을 위해 금융당국과 소통할 인물로 과거 금감원이나 금융위 출신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영입해 왔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2021년 서수동 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을 윤리경영실장으로, 2022년엔 선욱 전 금융위 행사인사과장을 ESG경영실장으로, 2023년엔 최대현 전 금감원 금융시장안정국팀장을 감사팀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는 점에서 정책은 물론 신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당국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 고위직의 업계 재취업 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와 전관예우 논란 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