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코스피는 사상 최초 35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홍보관에 장중 9만원을 터치한 삼성전자와 장중 40만원을 넘은 SK하이닉스의 장중 최고치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11조 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이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개인이 코스피에서 10조4858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은 7조446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같은 기간 8.96% 상승했다.


코스콤 자료를 보면 외국인 보유 비중이 9월 초 32.55%에서 월말 34.12%로 1.57%포인트 뛰었다. 올해 4월 코스피가 2290선으로 하락할 당시 31%대까지 줄었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2020~2024년 평균(33.71%)을 넘어섰다.

증권가는 이번 매수세를 환차익 노리기보다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확신으로 해석한다. 특히 반도체 업황 호전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종목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서 안정된 가운데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수했다"며 "단기 차익 거래보다는 분기 이상의 장기 베팅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수 자금이 IT 업종에 집중됐고, 미국·대만 반도체 지수도 함께 상승하면서 글로벌 업황 개선 기대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 레버리지 투자로 규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외국인은 9월 삼성전자(4조 9272억 원), SK하이닉스(1조 3659억 원) 두 종목에만 6조 2931억 원을 쏟아부었다. 전체 순매수액의 84.5%가 시총 1·2위 반도체 기업에 몰린 셈이다. 다른 업종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10월 들어서도 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 1~2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9733억원을 순매수해 지수를 3.20% 끌어올렸고, 이 중 68.4%가 양대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9월과 10월 초를 합치면 한 달 순매수 규모는 1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다만 자금이 단기간에 급격히 유입된 만큼 과열 조정 가능성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 부장은 "반도체에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몰리면서 3분기 실적 발표 기간 중 한 달 정도는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펀더멘털이 견조해 상승 흐름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정이 와도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AI 반도체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과 범용 반도체 업황도 양호해 최소 내년까지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