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도 KDDX 사업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속해서 수의계약을 주장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우리 국가와 방사청의 신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비판은 단순히 절차 문제를 넘어 '신뢰의 위기'에 대한 경고였다. 방사청이 '적기 전력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수차례 수의계약 안건을 상정했지만 민간위원과 국회 모두가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반대했다. 이제 수의계약은 정치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추진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은 길은 하나 '상생'이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내에서도 상생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올해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KDDX는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라며 신속한 결정을 예고했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 모두 상생협력형 대안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기류가 전환됐다. 방사청이 내부 검토를 마치는 대로 11월 방추위에서 사업자 선정 방식이 확정될 전망이다.
남은 안은 상생안(공동개발)과 경쟁입찰뿐이다. 업계에선 공동개발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KDDX 사업의 복수 방산업체로 지정하면서 두 기업이 함께 상세설계에 참여하고 1·2번함을 나눠 동시 발주하는 '공동개발 모델'이 급부상했다. 이 모델은 최신 기술을 병행 반영하고 공정을 병렬로 진행해 전력화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도 "정치적 갈등으로 표류한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윈-윈' 구조가 필요하다"며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과 일정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결단'이다. 정치권이 방향을 제시하고 업계가 현실안을 내놨다면 이제 방사청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동안 방사청은 결단을 미루며 사업 혼란을 키워왔다.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KDDX 문제를 어렵게 만든 것도 해결해야 하는 것도 방사청"이라고 질타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방위사업은 어느 한쪽의 승패로 끝나선 안 된다. 국산 방산 시스템의 신뢰는 협력과 균형 위에서만 유지된다.
KDDX는 단순한 조선 프로젝트가 아니다. 선체부터 전투체계, 레이더 등 핵심 무장을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해 건조하는 '국산 구축함의 상징'이다. 총 6척 건조에 약 7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한 치의 판단 착오가 국가 방산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이 지금 내릴 결정은 단순한 계약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국 해군의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함께 가느냐'다. 상생의 틀 안에서 사업을 조속히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군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방사청은 흔들림 없는 결단으로 KDDX를 한국 방산 신뢰의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수년 넘게 표류한 KDDX사업이 우리에게 준 교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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