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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후 매물 잠김 시 '보유세 인상' 가능성━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오는 5월9일부로 종료하고 중과세율을 다시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도세 중과는 기본세율(6~45%)에 더해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은 30%p를 추가로 매기는 방식이다. 2022년 5월부터 한시적으로 미뤄졌던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오는 5월10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82.5%를 세금으로 부담할 수 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양도세 중과 적용 대상도 과거보다 크게 확대됐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5월10일 전까지 일부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시행까지 시간이 촉박한 데다 강화된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매물이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의 실거주 요건이 적용돼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는 이른바 '전세 낀 매물'은 매도 자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양도 대신 보유를 택하는 이른바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통해 매물 출회를 압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그는 지난 25일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양도세 중과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언급하며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라고 적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보유세 강화는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다. 증세가 6월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세제 개편안이 공급 대책과 패키지로 발표되더라도 그 시점은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보유세 인상 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서울 '한강벨트' 지역의 민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다. 직접적인 규제는 내년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매물 잠김은 불가피하다"며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고 판단하면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미루면서 시장에 매물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매물 잠김을 원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거래를 유도하려면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그 수단으로 보유세 강화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정 여건 역시 변수다.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이재명 정부로서는 안정적인 세원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총수입은 674조원, 적자는 53조원이 예상된다. 여기에 기금 적자 55조원을 포함하면 재정 적자는 약 110조원으로 불어난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세원으로 평가되는 보유세를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유세는 경기 변동에 덜 흔들리고 회피가 어려워 매년 예측 가능한 세수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안정 세원으로 꼽힌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주요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도 '보유세 강화론'의 근거 가운데 하나다. 토지+자유연구소가 지난달 펴낸 'OECD 국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조사 대상 30개국 가운데 20위 수준이다. OECD 평균(0.33%)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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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표 구간 세분화... '똘똘한 한 채' 정조준?━
보유세는 여러 갈래로 강화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고가·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주택시장은 서울, 그중에서도 한강벨트 아파트가 가격 흐름을 주도하는 구조다. 1주택자에게 재산세·종부세·양도세 전반에 걸쳐 각종 혜택이 주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 보유·거래 부담이 낮아졌고, 그 결과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상급지로 집중됐다는 평가다.종부세를 강화할 때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수단은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으로 조정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상향하는 방식이다. 보유세는 공시가격 × 공정시장가액비율 × 세율로 산출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면 과세표준이 커져 세 부담이 늘고 반대로 낮추면 세 부담이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60%로 낮춘 바 있는데 이를 다시 80% 이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처럼 주택 수만으로 과세 대상을 가르기보다 주택 가액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 종부세는 1주택자에게 최대 80%까지 공제를 적용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재가동하는 방안도 주요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69%이지만 부동산 유형별 반영률 편차가 커 신뢰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연구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공시가격 발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세표준 자체를 더 촘촘하게 설계해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같은 한 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종부세 과세표준 구간은 ▲3억원 이하 ▲6억원 이하 ▲12억원 이하 ▲25억원 이하 ▲50억원 이하 ▲94억원 이하 ▲94억원 초과로 나뉜다. 과세표준 구간을 더 정교하게 짜면 그만큼 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설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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