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로 '펀드' 뜨면 사고, '부동산' 뜨면 팔아라
검색어로도 투자하는 미국…우리나라에선?
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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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학술지 네이처의 홈페이지에 흥미로운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4월25일 영국 워릭대 경영대학원 토비아스 프라이스 교수와 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의 헬렌 수재너 모트, 해리 유진 스탠리 교수가 작성해 네이처에 게제된 이 리포트의 제목은 '구글 트렌드를 활용한 금융시장내 매매행위의 계량화'(Quantifying Trading Behavior in Financial Markets Using Google Trends. 이하 QTB)다.
프라이스 교수 등은 QTB에서 검색 동향을 집계하는 구글 트렌드를 활용해 미국인들이 많이 검색한 단어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주식시장과 민감하게 움직인 단어는 부채(debt), 색깔(Color), 식당(restaurant), 인플레이션(inflation), 실업(unemployment), 돈(money)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QTB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러한 단어들을 많이 검색할 때 주식을 매도하고 적게 검색할 때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라는 단어를 이용해 얻은 수익률은 지난 2004~2011년 사이 326%에 달한 것으로 시뮬레이션 됐다.
일종의 '빅데이터'를 잘만 활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가지수가 떨어질 것 같으면 투자자들이 불안해져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 단어를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본다'는 가설이 입증된 것일까.
◆펀드·지역·부동산·주식이 관계 높아
그렇다면 이 결과를 한국증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국내시장에서는 구글의 점유율이 매우 낮다는 점도 그대로 적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검색단어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려면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1위인 네이버의 트렌드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에 <머니위크>에서는 주식시장과 연관성이 커 보이는 검색어 중 주식, 부채, 포트폴리오, 코스피, 코스닥, 수입, 색깔, 식당, 주택, 북한, 테마주, 테마, 경제, 신용, 시장, 수익, 실업, 돈, 지역, 암, 성장, 투자, 헤지, 결혼, 채권, 헤드라인, 이익, 금, 펀드, 다우존스, 부동산, 국회의원, 대선, 총선, 대통령, 닛케이, 정부, 주가조작 등 총 38개 단어를 네이버 트렌드를 활용해 데이터를 추출해봤다.
지난 2007년 1월1일부터 올해 5월26일까지 네이버 트렌드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으로부터 받은 이 기간 동안의 코스피·코스닥지수의 종가를 합쳐 상관계수를 분석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조사한 단어 중 양대 시장을 막론하고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것은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는 코스닥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77로 1에 가장 근접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깝다는 것은 단어 검색량과 증시가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걸 의미하며, -1에 가까우면 반대로 움직인다는 걸 뜻한다.
흥미로운 단어는 '지역'으로, 코스피지수와는 -0.71을 기록하며 음으로의 상관계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반대로 간다는 소리다. 그러나 코스닥지수와는 -0.05의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부동산의 경우는 일반적인 상식과 마찬가지로 코스피지수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부동산 역시 코스닥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 코스피지수와는 -0.64로 나타났고, 코스닥지수와는 0.24의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주식'이라는 단어는 지역이나 부동산과는 전혀 다른 상관관계를 보였다. 코스피와는 -0.08로 거의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코스닥과는 0.67로 상당한 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색어를 '코스피'로 했을 경우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는 0.16으로 매우 낮았으며, 코스닥의 경우 0.03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간이 너무 길고 중간에 2008년 금융위기 등 시장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시기가 끼어 있음을 감안해 기간을 2010년부터로 조정해 집계해봤다.
코스피의 경우 '지역' 검색어가 -0.53을 기록하며 그나마 코스피지수와 음의 방향으로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코스닥의 경우는 '다우존스'가 -0.43으로 그나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구글로 검색해보니 '식당' 뜨네
원래 QTB는 구글 트렌드를 사용한 논문이다. 그렇다면 구글 트렌드를 사용해 검색어 데이터를 추출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구글 트렌드를 사용해 같은 검색어를 집어넣어봤다. 다만 구글에서는 코스닥, 헤지, 헤드라인, 다우존스, 대선, 총선, 닛케이, 주가조작 등의 단어는 검색량이 충분치 않아 월간 기준만 집계되므로 제외하고 주간 기준으로 추출이 되는 단어 30개의 자료들을 조합해 상관계수를 계산해봤다.
이러한 검색어 데이터들을 지난 2004년 1월4일부터 올해 5월25일까지의 주간 종가와 결합해 상관계수를 내본 결과 코스피의 경우 '지역'이 0.62로 상관계수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식당'이라는 단어가 0.61로 코스피와 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상관도가 더 밀접해졌다. 이밖에 '주식'도 0.58을 기록하는 등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의 경우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펀드'가 0.68을 기록하는 등 높은 정합성을 보였다. 다만 그 외의 숫자들은 수치가 너무 낮아 거의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과 왜 다른가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검색어와 지수 등락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문화적인 요소 때문에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미국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듯하며, 검색어 선정을 잘 한다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QTB의 경우 FT 등 미국의 경제신문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검색어로 활용했기 때문에 네이버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 애널리스트는 "그쪽(QTB)의 매매 방법 자체가 조금 특이하다"면서 "지난 3주간 평균 검색량 대비 검색량이 늘어났을 경우 월요일 종가로 판매(공매도 포함), 그 다음주 월요일 종가에 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단순한 정합성을 놓고 보면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용된 사이트가 다른 데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기 때문에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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