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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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정 부회장 2분기 급여 375% 증가… 24억 현금배당도 과다 지적

재계에서 ‘경영권 승계’라는 말이 거론될 때면 세간의 관심은 현직 오너의 자녀들에 쏠린다. 경영권 인계 후 머지않아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자식이 아닌 남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더라도 그것은, 결국 오너의 몫이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한국 기업오너들은 ‘2세’와 ‘3세’ 등 직계의 아랫선을 택한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영풍제지는 이 같은 경영승계의 ‘고정관념’을 깬 사례로 꼽힌다. 창업주 이무진 회장(79)이 아들 둘을 놔두고 재혼한 부인을 ‘후계자’로 택한 인상을 풍겨서다. 이 회장보다 35세 연하인 그 주인공은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44)이다.

그가 재계의 이목을 끈 것은 지난해 1월 영풍제지의 부회장으로 깜짝 선임되면서부터.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올 1월 노 부회장은 또 한번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 회장이 자신의 보유 주식 113만8452주(51.28%)를 전량 아내에게 증여한 때문이다. 
 
이로써 노 부회장은 기존 4.36%에서 55.64%로 영풍제지 지분율을 높이며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노 부회장이 영풍제지의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올 법한 대목이다. 더불어 올 들어 노 부회장의 운신을 두고 이래저래 무성했던 뒷말이 여전하다.

◆‘부회장님, 월급 많이 오르셨네요?’

우선 노 부회장의 월 급여액이 1억4000만원을 넘어선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영풍제지가 지난 8월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등기이사 2인(이 회장과 노 부회장)에게 지급한 올 상반기 임원 보수는 총 17억938만원. 이에 따라 이 회장 부부는 상반기 급여로 1인당 평균 8억5469만원을 받아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부부의 평균 임금 2억2333만원보다 278%나 증가한 수치로, 직원 평균 급여인 2947만원보다 29배 많다. 더욱이 영풍제지가 지난 1분기에 두 사람에게 지급한 보수가 약 3억593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분기에만 급여가 375% 증가했다. 노 부회장이 지난 2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총괄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그의 보수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실적이 떨어진 상황에서 고액의 임금이 책정된 점도 비난의 한 축을 이룬다. 영풍제지는 올 상반기 매출액 511억원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584억원)과 영업이익(91억원)이 모두 떨어졌다. 특히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에 대해 영풍제지 관계자는 “(이 회장 부부의) 2분기 급여가 높게 책정된 것은 성과급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만 3분기 이후부터는 성과금이 빠진 금액이어서 액수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분기별 실적이 좋지 않아 현재 임원들의 연봉 수준을 재조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해명했다.

◆영업이익 떨어지는데 회장부부는 배당잔치?

급여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 외에 노 부회장은 회사 실적이 떨어진 상황에서 고액의 배당금을 챙겼다는 점과 관련해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영풍제지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주당 20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2012년 배당금 250원에 비해 8배나 많은 규모인데, 영풍제지 주식 123만주를 보유한 노 부회장은 총 24억원(세전)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무엇보다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을 배당기준일 주가로 나눈 값)이 전년 1.86%에서 무려 11.97%로 뛰었다. 전형적인 고(高) 배당주로 꼽히는 SK텔레콤 KT&G 등이 3~5%대 시가배당률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 영풍제지의 배당총액을 봐도 지난해 4억6160만원에서 올해는 36억9282만원으로 8배나 올랐다.

물론 회사로서는 작년 실적이 좋아서 배당금을 높이 책정한 것 뿐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작년을 제외한 최근 3년간 영풍제지의 배당성향(총배당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감안해도 이번 배당은 이례적으로 많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지난 2009년 10.2%, 2010년 16.1%, 2011년 9.5%의 배당성향을 보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 많은 돈 어디에?…증여세 납부 준비한 듯

그렇다면 노 부회장을 둘러싸고 파격적인 보수 증가와 고 배당금 수령이 이뤄진 배경에는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까. 시장에선 노 부회장이 납부해야할 ‘증여세’에 주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부회장은 지난 1월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51.28%를 모두 증여받으면서 거액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때문에 이 회장이 아내에게 증여세를 마련할 자금을 확보해준 조치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 규모는, 증여재산가액 약 255억원에서 부부간 증여공제 6억원과 누진 공제 등을 제외해도 100억원은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반기까지 받은 임원보수 약 8억5000만원에 배당금 24억원을 합해도 증여세 완납을 위한 노 회장의 준비금 확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인지 노 부회장은 올 들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주식 담보대출을 받아 현금 확보에 나선 적이 있다. 지난 3월에 신한은행, 5월 두 차례에 걸쳐 신한금융투자로부터 각각 7억원(3만840주), 20억원(19만6000주), 10억원(4만490주)을 대출받았다. 이후 7억원을 상환해 현재는 30억원의 대출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풍제지 관계자는 노 부회장의 증여세 납부와 관련 “대주주 개인적인 문의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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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정은? ‘베일’에 쌓인 여성 갑부

영풍제지의 경영권 중심에 바짝 다가선 노 부회장이지만 재계에선 그를 ‘베일에 쌓인 인물’로 평가한다. 오너의 친인척 정도로만 회자되다 지난해 8월 영풍제지 지분 4.36%을 취득하면서 이무진 회장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노 부회장이 이 회장과 지난 2008년쯤 재혼한 후 슬하에 두 자녀를 뒀다는 사실 외에는 그의 신상은 알려진 바가 없다. 금감원의 공시자료에서도 백석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했다는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노 부회장은 상장사의 대표적인 ‘억대 여성 배당부자’로 점차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올 초 재벌닷컴이 조사한 상장사(올해 2월 말 기준) 중 1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수령하는 ‘여성 배당부자’ 순위에서도 전체 203명 중 25억원의 배당금을 기록해 5위에 올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91억원)과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관장(81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75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인 최기원씨(66억원)에 이은 순위로, 재계 순위 상위권에 랭크된 재벌가의 여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