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로 골리앗 때리기 통했다?
일동 vs 아이배냇 산양분유 '난타전' 왜?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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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양분유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동후디스와 아이배냇이라는 신생 분유회사가 격돌했고, 남양유업도 산양분유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본업이 산양분유가 아닌 남양유업은 조용히 싸움에서 벗어난 모습이지만 산양분유에 사활을 건 두 업체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한 분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잠시 잠잠한 듯 보이나 영업다툼이 여전히 극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유식 역시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며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 유당성분 논란으로 시작된 싸움
일동후디스와 아이배냇의 싸움은 일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쳐진다. 산양분유업계는 일동후디스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시장이고 이미 수십년간 입지를 다져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4000억원 규모의 국내 분유시장에서 산양분유 시장은 12~13%를 차지해 약 480억~520억원에 달한다. 그중 일동후디스의 점유율은 90%이상. 나머지는 이제 1년 된 신생회사인 아이배냇과 지난해 산양분유업계에 뛰어든 남양유업 정도가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석락 아이배냇 사장은 2012년 10월 회사를 출범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2013년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배냇은 일동후디스와 매일유업 출신들이 만든 회사로 경쟁사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물론 연구개발 담당 윤승섭 전무, 마케팅 담당 김인호 전무와 유근상 영업본부장 등이 20년 이상 일동후디스에서 종사한 베테랑들이다.
아이배냇은 이를 밑거름 삼아 노이즈마케팅으로 부동의 1위인 일동후디스를 흔들었다. 유당 성분에 딴지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배냇 측은 "'아이배냇 뉴질랜드 순 산양유아식'은 국내 유일의 산양유성분 100% 제품으로, 뉴질랜드 목장에서 사계절 내내 방목한 산양에서 짜낸 원유로 만들어진다"며 "산양성분 100%로 타 회사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아이배냇의 설립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산양유와 일반 소젖의 유당 성분은 결과적으로 같지만 순수하게 산양유 성분으로만 만든 것이기에 다른 제품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양분유가 일반 분유보다 값이 3~4배는 비싸기 때문에 산양분유의 원료로 일반 분유에서 사용하는 젖소를 쓰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동후디스 측은 아이배냇의 이러한 마케팅이 소비자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아이배냇이 '산양유성분 100%', '젖소 우유 0%' 등의 광고문구를 사용하면서 마치 기존 제품들은 젖소성분이 섞인 가짜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며 "모든 조제 분유는 모유를 기준으로 성분을 조정하기 때문에 산양유성분 100%만으로 된 조제분유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산양유 성분만 있다면 우유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안 되는데 여러차례 실험한 결과 문제 반응이 일어났다"며 "반박할 자료가 충분한데도 눈속임으로만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배냇 측의 주장이 이미 허위로 판명된 사례가 여럿 있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비방전에만 힘쓰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아이배냇, 흠집전략 통했다?
한 대형마트가 산양분유를 포함한 프리미엄분유업계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아이배냇은 지난해 말 2%초반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후디스의 점유율은 아이배냇 출시와 함께 잠시 주춤하더니 지난해 내내 10%대를 유지하며 연초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배냇 측은 "산양분유 업계에서만 따져보면 당초 계획한 점유율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이배냇은 출시 이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만 입점한 상태. 여전히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에는 입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매년 매대비율을 바꾸기 때문에 1년이 지난 만큼 입점 가능성은 높다"며 "이마트까지 입점하면 점유율 20% 달성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분유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를 추가로 늘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분유업계는 특성상 기호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를 새롭게 도입해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의 계획은 없다"며 "특히 출산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모유수유율은 점차 높아지면서 분유업계가 위축된 만큼 상대적으로 고가인 산양분유의 매출 역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대형마트에 입점하지 못한 것부터 소비자의 불신을 살 수 있는 요소"라며 "특히 후발업체일수록 대형마트에 빨리 입점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우리가 원조다" 이유식서 2라운드 격돌
공교롭게도 일동후디스와 아이배냇은 이유식에서도 맞붙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7월 '아기밀홈쿡'을, 아이배냇은 한달 뒤인 8월 '베베레시피'를 출시했다. 아기밀홈쿡과 베베레시피는 이유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동결건조해 집에서 간편히 끓이기만 하면 되는 새로운 형태의 이유식이다. 레토르트 형태의 완제품 이유식과 배달이유식의 절충형으로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췄을 뿐 아니라 직접 끓여 먹여야 안심하는 소비자의 니즈도 충족시켰다.
양사는 이번 이유식 출시에서도 서로가 '최초 생산'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인호 아이배냇 전무는 "일동후디스는 7월에 출시하겠다는 보도자료만 냈을 뿐 실제 출시는 우리가 먼저"라며 "성분에서도 우리는 100% 원물을 동결건조한 반면, 일동후디스는 8가지 재료 일부만 동결건조한 것으로 알고있다. 소고기 등 재료의 함유량에서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마트에 입점 조율시기가 늦어졌을 뿐 생산은 7월에 이뤄진 것이 맞다"며 "아이배냇 측에서 산양분유에 이어서 이유식까지 '미투제품'을 내놓아 황당하다"고 털어놓았다.
본업이 산양분유가 아닌 남양유업은 조용히 싸움에서 벗어난 모습이지만 산양분유에 사활을 건 두 업체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한 분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잠시 잠잠한 듯 보이나 영업다툼이 여전히 극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유식 역시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며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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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당성분 논란으로 시작된 싸움
일동후디스와 아이배냇의 싸움은 일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쳐진다. 산양분유업계는 일동후디스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시장이고 이미 수십년간 입지를 다져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4000억원 규모의 국내 분유시장에서 산양분유 시장은 12~13%를 차지해 약 480억~520억원에 달한다. 그중 일동후디스의 점유율은 90%이상. 나머지는 이제 1년 된 신생회사인 아이배냇과 지난해 산양분유업계에 뛰어든 남양유업 정도가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석락 아이배냇 사장은 2012년 10월 회사를 출범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2013년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배냇은 일동후디스와 매일유업 출신들이 만든 회사로 경쟁사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물론 연구개발 담당 윤승섭 전무, 마케팅 담당 김인호 전무와 유근상 영업본부장 등이 20년 이상 일동후디스에서 종사한 베테랑들이다.
아이배냇은 이를 밑거름 삼아 노이즈마케팅으로 부동의 1위인 일동후디스를 흔들었다. 유당 성분에 딴지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배냇 측은 "'아이배냇 뉴질랜드 순 산양유아식'은 국내 유일의 산양유성분 100% 제품으로, 뉴질랜드 목장에서 사계절 내내 방목한 산양에서 짜낸 원유로 만들어진다"며 "산양성분 100%로 타 회사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아이배냇의 설립 취지"라고 강조했다.
또 "산양유와 일반 소젖의 유당 성분은 결과적으로 같지만 순수하게 산양유 성분으로만 만든 것이기에 다른 제품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양분유가 일반 분유보다 값이 3~4배는 비싸기 때문에 산양분유의 원료로 일반 분유에서 사용하는 젖소를 쓰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동후디스 측은 아이배냇의 이러한 마케팅이 소비자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아이배냇이 '산양유성분 100%', '젖소 우유 0%' 등의 광고문구를 사용하면서 마치 기존 제품들은 젖소성분이 섞인 가짜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며 "모든 조제 분유는 모유를 기준으로 성분을 조정하기 때문에 산양유성분 100%만으로 된 조제분유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산양유 성분만 있다면 우유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안 되는데 여러차례 실험한 결과 문제 반응이 일어났다"며 "반박할 자료가 충분한데도 눈속임으로만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배냇 측의 주장이 이미 허위로 판명된 사례가 여럿 있다"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비방전에만 힘쓰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아이배냇, 흠집전략 통했다?
한 대형마트가 산양분유를 포함한 프리미엄분유업계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아이배냇은 지난해 말 2%초반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후디스의 점유율은 아이배냇 출시와 함께 잠시 주춤하더니 지난해 내내 10%대를 유지하며 연초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배냇 측은 "산양분유 업계에서만 따져보면 당초 계획한 점유율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이배냇은 출시 이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만 입점한 상태. 여전히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에는 입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매년 매대비율을 바꾸기 때문에 1년이 지난 만큼 입점 가능성은 높다"며 "이마트까지 입점하면 점유율 20% 달성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트 측은 분유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를 추가로 늘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분유업계는 특성상 기호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를 새롭게 도입해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의 계획은 없다"며 "특히 출산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모유수유율은 점차 높아지면서 분유업계가 위축된 만큼 상대적으로 고가인 산양분유의 매출 역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대형마트에 입점하지 못한 것부터 소비자의 불신을 살 수 있는 요소"라며 "특히 후발업체일수록 대형마트에 빨리 입점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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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원조다" 이유식서 2라운드 격돌
공교롭게도 일동후디스와 아이배냇은 이유식에서도 맞붙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7월 '아기밀홈쿡'을, 아이배냇은 한달 뒤인 8월 '베베레시피'를 출시했다. 아기밀홈쿡과 베베레시피는 이유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동결건조해 집에서 간편히 끓이기만 하면 되는 새로운 형태의 이유식이다. 레토르트 형태의 완제품 이유식과 배달이유식의 절충형으로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췄을 뿐 아니라 직접 끓여 먹여야 안심하는 소비자의 니즈도 충족시켰다.
양사는 이번 이유식 출시에서도 서로가 '최초 생산'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인호 아이배냇 전무는 "일동후디스는 7월에 출시하겠다는 보도자료만 냈을 뿐 실제 출시는 우리가 먼저"라며 "성분에서도 우리는 100% 원물을 동결건조한 반면, 일동후디스는 8가지 재료 일부만 동결건조한 것으로 알고있다. 소고기 등 재료의 함유량에서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마트에 입점 조율시기가 늦어졌을 뿐 생산은 7월에 이뤄진 것이 맞다"며 "아이배냇 측에서 산양분유에 이어서 이유식까지 '미투제품'을 내놓아 황당하다"고 털어놓았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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