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에 허덕이던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허수영 사장을 ‘해결사’로 세웠으나 돌파구 모색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허 사장에 대해서는 지난 한해 동안 대체로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012년 실적이 워낙 바닥이었던 탓이다. 게다가 올해 1분기 실적이 다시 추락하는 양상이다. 단기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무성하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내에서 롯데쇼핑에 이어 두번째로 덩치가 크다. 석유화학 호황기였던 2011년에는 1조470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듬해 실적이 급반전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해 허 사장을 해결사로 세운 배경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1분기 영업이익 결국 ‘반토막’

지난 2011년 석유화학 호황기에 흥행을 거뒀던 롯데케미칼의 후속편은 참담했다. 해가 바뀌고 3717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치면서 전년 1조4701억원에서 75.7%나 고꾸라진 것. 순이익 역시 3161억원으로 전년 1조1326억원보다 72.1% 감소하면서 실적악화라는 수렁에 빠졌다.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그룹은 허수영 사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허 사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2007년 롯데대산유화 대표와 2008년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지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석유화학 전문가다. 케이피케미칼 대표를 맡았을 당시에는 2조941억원이었던 매출을 4조6401억원으로 2배 이상 끌어올리는 실력을 발휘했다.

업계는 허 사장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를 놓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87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3717억원에서 24.8% 회복한 것. 석화업황이 침체기인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같은 해 순이익은 2858억원으로 전년 3161억원을 따라잡지 못했다.

문제는 채 아물지 않은 실적악화 상처가 올해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잠정집계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83억원이다. 전분기 영업이익인 1287억원보다 46.9%나 감소하며 반토막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74억원보다는 41.8% 추락했다.

매출 역시 신통치 않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3조8734억원을 기록했다. 4조672억원이었던 전분기보다 4.8% 내려갔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인 4조1712억원과 비교하면 7.1% 떨어졌다. 지난 1분기 순이익은 478억원으로 전분기 57억원에서 흑자전환했지만 전년 동기 1137억원에 비하면 58.0% 못 미치는 성적이다. 실적악화로 인한 상처를 완벽하게 치료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실적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허 사장의 경영 능력이 아직까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긴 하나 지난 1분기 실적이 다시 떨어진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해결사 약발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고 진단했다.


허수영 사장 /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허수영 사장 /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원인은 해외사업 부진

지난 2012년 롯데케미칼이 급격한 실적악화에 빠진 원인에 대해 업계는 해외법인의 부진을 꼽았다. 2009년 9월 롯데케미칼이 147억원을 투자한 롯데케미칼파키스탄(구 파키스탄PTA)의 2012년 순이익은 1000여만원에 그쳤다. 같은 해 12월 영국 화섬업체인 아테니우스를 260억원에 인수하고 공장 가동을 위해 320억원을 투자한 롯데케미칼 영국법인 롯데케미칼UK도 2012년 132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2010년 11월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구 타이탄케미칼) 지분 100%를 1조5051억원에 인수했으나 이 조차도 2012년 2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해외법인의 실적악화 여파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영업이익을 24.8% 끌어 올리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기도 했지만 롯데케미칼의 순이익에서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순이익은 2858억원으로 전년 3161억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롯데케미칼의 해외법인 부진이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수익성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은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며 수익성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57억원, 6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43억원,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142억원의 흑자를 내며 적자를 겨우 피했다.

◆올해도 여전히 ‘빨간불’

지난 1분기 역시 이 같은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지만 벤젠과 톨루엔, 부다디엔(BD)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면서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는 상황에 처했다.

롯데케미칼의 해외법인 실적부진에는 영국 롯데케미칼UK와 중국 롯데케미칼엔지니어링플라스틱도 한몫했다. 롯데케미칼UK는 지난해 4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197억원 적자보다도 46.4% 골이 깊어졌다. 순이익도 지난해 5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132억원의 손실을 입었던 전년보다 무려 88.0%나 적자 폭이 깊어졌다. 매출은 지난해 4160억원이었다. 전년에는 661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엔지니어링플라스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전년 69억원보다 1억원 줄었다. 순이익은 지난해 57억원으로 전년 62억원에서 5억원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지난 1분기 실적부진은 해외법인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업황이 회복돼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다시 늘어나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허 사장은 롯데케미칼 취임 초기 ‘2018년 매출 40조원, 아시아 톱3 화학그룹’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업황 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롯데케미칼의 목표 달성보다도 실적악화부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