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노조의 '롯데'는 안 되는 이유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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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시장 최대 매물로 꼽히는 LIG손해보험 인수전이 5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 5월20일 KB금융지주와 롯데그룹, 동양생명, 자베즈·새마을금고 컨소시엄, 중국 푸싱그룹 등 5개사가 LIG손보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본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했던 MBK파트너스는 결국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LIG그룹과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10여개사 가운데 MBK파트너스를 포함한 6개사를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이번에 포함된 매각 대상 지분은 LIG손보 오너 일가 16명의 지분 20.98% 가운데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총 9명의 지분을 포함한 19.83%다.
현재 LIG손보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롯데그룹과 KB금융지주가 꼽힌다. 롯데그룹의 롯데손해보험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3.2%에 불과하지만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롯데의 인수 기대에 줄곧 3000원대에 머물던 롯데손보 주가는 5월21일 458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LIG손보 노조가 "롯데그룹에 매각되면 전면투쟁도 불사하겠다"며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노조 측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는 LIG손보 인수를 통해 비은행부문의 사업다각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전환을 둘러싸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대립구도가 본격화됨에 따라 LIG손보 인수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손보, LIG손보 등에 업고 선두권 도약 꿈꾼다
롯데손보는 LIG손보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각가격도 가장 높은 5800억원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롯데손보가 LIG손보 인수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는 손보업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대한화재를 3500억원대에 인수하며 보험업계에 야심찬 첫 발을 내딛었지만 7년째 손보업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127억788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012회계연도에는 149억2252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보험·개인연금을 취급하지 않는 농협손보에도 밀려 영업정지 후 새롭게 시작하는 MG손보를 제외하면 사실상 업계 최하위로 추락하는 굴욕감을 맛봐야 했다.
민원평가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결과'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ACE아메리칸화재보험·AIG손해보험 등과 함께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이렇듯 연일 암운이 드리우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롯데손보는 LIG손보가 매물로 나온 시점부터 차근차근 M&A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손보의 LIG손보 인수에는 노조라는 변수가 상존한다. 그간 LIG손보 노조는 롯데손보의 인수를 꾸준히 반대해왔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이 아무리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하더라도 결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서는 안된다"며 "대주주가 약속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자에게 LIG손보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IG손보 노조가 롯데손보의 인수를 대놓고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 격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롯데손보 1800여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700만원 수준인 반면 LIG손보 3000여 직원의 평균 급여는 5400만원으로 무려 2배나 차이가 난다. 이는 롯데손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6년으로 LIG손보(10년1개월)보다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극복하기 힘든 수치다.
박석현 LIG손보 노조 부위원장은 "롯데그룹이 대한화재를 인수해 롯데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꾼 후 브랜드가치를 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역성장하고 있고, 고용 안정성과 영업 측면에서도 융합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 KB금융지주 "비은행부문 사업다각화 이룬다"
KB금융지주는 손해보험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자본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국내 대표 금융전문그룹으로서 또 한번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ING생명 인수전을 진행했다가 포기한 KB금융은 은행업무에 지나치게 치우친 그룹 전체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보험영업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번 예비입찰 때 4300억원의 상대적으로 낮은 입찰가격을 제안한 데다 이사회의 의견 불일치가 약점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KB금융지주가 때 아닌 집안싸움에 휘말림에 따라 "M&A 추진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LIG손보 인수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임 회장을 지지하는 사외이사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인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정병기 KB국민은행 감사가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또한 KB 내부 갈등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그 영향을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동양·자베즈·푸싱, 입찰 가능성 '미미'
동양생명이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생·손보시장의 동시 진출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자금줄인 보고펀드가 사모펀드인 점을 감안했을 때 투기 우려에 노출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예비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베즈파트너스 역시 MG손해보험과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사모펀드는 장기투자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푸싱그룹은 국내 보험산업의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LIG손보 노조 관계자는 "푸싱은 보험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가 아닌 의약품과 부동산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영업력 저하 및 영업가족의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난 4월 LIG그룹과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10여개사 가운데 MBK파트너스를 포함한 6개사를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이번에 포함된 매각 대상 지분은 LIG손보 오너 일가 16명의 지분 20.98% 가운데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총 9명의 지분을 포함한 19.83%다.
현재 LIG손보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롯데그룹과 KB금융지주가 꼽힌다. 롯데그룹의 롯데손해보험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3.2%에 불과하지만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롯데의 인수 기대에 줄곧 3000원대에 머물던 롯데손보 주가는 5월21일 458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LIG손보 노조가 "롯데그룹에 매각되면 전면투쟁도 불사하겠다"며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노조 측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B금융지주는 LIG손보 인수를 통해 비은행부문의 사업다각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전환을 둘러싸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대립구도가 본격화됨에 따라 LIG손보 인수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손보, LIG손보 등에 업고 선두권 도약 꿈꾼다
롯데손보는 LIG손보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각가격도 가장 높은 5800억원을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롯데손보가 LIG손보 인수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는 손보업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대한화재를 3500억원대에 인수하며 보험업계에 야심찬 첫 발을 내딛었지만 7년째 손보업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127억788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012회계연도에는 149억2252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보험·개인연금을 취급하지 않는 농협손보에도 밀려 영업정지 후 새롭게 시작하는 MG손보를 제외하면 사실상 업계 최하위로 추락하는 굴욕감을 맛봐야 했다.
민원평가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 결과'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ACE아메리칸화재보험·AIG손해보험 등과 함께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이렇듯 연일 암운이 드리우는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롯데손보는 LIG손보가 매물로 나온 시점부터 차근차근 M&A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손보의 LIG손보 인수에는 노조라는 변수가 상존한다. 그간 LIG손보 노조는 롯데손보의 인수를 꾸준히 반대해왔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이 아무리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하더라도 결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서는 안된다"며 "대주주가 약속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자에게 LIG손보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IG손보 노조가 롯데손보의 인수를 대놓고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 격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롯데손보 1800여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2700만원 수준인 반면 LIG손보 3000여 직원의 평균 급여는 5400만원으로 무려 2배나 차이가 난다. 이는 롯데손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6년으로 LIG손보(10년1개월)보다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극복하기 힘든 수치다.
박석현 LIG손보 노조 부위원장은 "롯데그룹이 대한화재를 인수해 롯데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꾼 후 브랜드가치를 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역성장하고 있고, 고용 안정성과 영업 측면에서도 융합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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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손해보험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자본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국내 대표 금융전문그룹으로서 또 한번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ING생명 인수전을 진행했다가 포기한 KB금융은 은행업무에 지나치게 치우친 그룹 전체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보험영업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번 예비입찰 때 4300억원의 상대적으로 낮은 입찰가격을 제안한 데다 이사회의 의견 불일치가 약점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KB금융지주가 때 아닌 집안싸움에 휘말림에 따라 "M&A 추진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LIG손보 인수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임 회장을 지지하는 사외이사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인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정병기 KB국민은행 감사가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또한 KB 내부 갈등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그 영향을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동양·자베즈·푸싱, 입찰 가능성 '미미'
동양생명이 LIG손보를 인수할 경우 생·손보시장의 동시 진출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자금줄인 보고펀드가 사모펀드인 점을 감안했을 때 투기 우려에 노출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예비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베즈파트너스 역시 MG손해보험과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사모펀드는 장기투자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푸싱그룹은 국내 보험산업의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LIG손보 노조 관계자는 "푸싱은 보험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가 아닌 의약품과 부동산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영업력 저하 및 영업가족의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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