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대우맨'의 자진사퇴, 포스코 남은 과제는?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놓고 포스코 수뇌부와 마찰을 빚었던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16일 자진사퇴했다.

후임 대표이사로는 최정우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다만 그는 임시로 수장을 맡는다. 대우인터내셔널 이사회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후임 대표이사를 확정할 방침이다.


전 사장은 이사회에서 "안팎으로 가중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그룹 주력계열사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며 "제가 이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조속한 사태 수습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가 사임하면서 포스코 수뇌부와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계열사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중이어서 계열사 간 신경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전 사장은 정통 대우맨으로 꼽힌다. 지난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2009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 영업2부문장을 맡았다. 이후 지난 2012년 3월 사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최고경영자로 발탁됐다.

그가 대우인터내셔널 수장에 오를 때 대우맨들의 자긍심은 어느때보다 높았다는게 내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그는 대우인터내셔녈 내부에서도 임직원들에게 신임을 받는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미얀마 가스전을 두고 포스코그룹 수뇌부와 내홍을 겪으면서 결국 자진사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발단은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논의한 내부문건 유출이다. 지난 5월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전 분할 및 매각 검토하겠다는 내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에 전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미얀마 가스전 같은 우량자산을 매각할 게 아니라 포스코 이곳저곳의 부실·불용·비효율자산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포스코는 전 사장의 반대를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해임을 추진했다. 그러자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은 물론 사외이사까지 반대에 나섰고 전 사장 또한 사퇴 거부의사를 밝혔다. 내분 조짐이 보이자 포스코는 "전병일 사장의 해임은 없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포스코는 전 사장을 설득해 자진사퇴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떠나면서까지 미얀마 가스 매각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전 사장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미얀마 가스전 분할 및 매각 검토는 이제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정리가 됐는데도 외부에서는 아직도 '항명' '내분' '해임' 등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사실상 퇴임사에서 공식화 한 셈이다.

한편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포스코는 앞으로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을 어떻게 추스리는지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차기 사장이 정통 대우맨인지, 아니면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지 여부에 따라 그룹과 계열사간 신경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