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실명한다고? 녹내장의 진실
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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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녹내장은 실명하는 질환으로 묘사되곤 한다. 주인공이 1년 후 녹내장으로 실명하게 된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고 좌절하는 모습이나 유명 연예인이 녹내장 진단을 받고 아연실색하는 표정은 일반인이 녹내장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다. 이러한 선입견 때문인지 녹내장은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할 경우 실명될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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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내장은 무조건 실명?
사람의 눈으로 들어 오는 빛은 전기신호로 변환돼 시신경을 통해 머리로 전달된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보이는 부분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한국녹내장학회에서 시행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4% 정도가 녹내장 환자다.
녹내장은 한가지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별한 유발 요인이 없으면 원발 녹내장이라고 하며 백내장이나 외상 등 유발 요인이 있는 경우는 이차성 녹내장이라고 한다. 이차성 녹내장의 경우 원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녹내장의 장기적 예후는 녹내장의 형태에 따라 다르다. 한국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 평생에 걸친 실명 가능성은 5% 내외다. 따라서 녹내장이 무조건 실명하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같은 정도의 녹내장이라고 하더라도 20대 환자와 70대 환자의 실명 가능성은 다르다.
젊은 나이에 발견되는 녹내장일수록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100만~150만개의 시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정상인이라고 해도 매년 2000개 정도가 소실되기 때문이다. 조기에 녹내장 치료를 시작해 시신경세포를 많이 보존할 경우 나이가 들어도 여분이 많아 실명 가능성은 줄어든다.
반대로 치료 없이 녹내장을 방치하면 노년기에 남아 있는 시신경 세포 숫자가 부족해 실명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치 젊었을 때 가입한 보험이 나중에 연금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젊을 때 열심히 치료해서 아껴 둔 시신경은 노년기에 좋은 시력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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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녹내장학회 |
◆ 눈 지키는 다양한 방법들
녹내장의 나쁜 예후 인자는 심한 시신경 손상,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심혈관계 질환, 낮은 치료 순응도, 젊은 나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위험 인자를 가진 눈은 적극적인 녹내장 치료가 필요하다.
녹내장에는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적 방법 등이 사용된다. 약물 치료는 안약으로 눈 속의 압력을 감소시켜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게 된다. 초기 녹내장은 한가지 약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치료를 시작하지만 녹내장이 심한 경우에는 두가지 이상의 약제를 함께 쓰는 것이 좋다.
최근 무보존제 안압약이 개발됐는데 기존 보존제가 들어 있는 약물에 비해 충혈이나 자극감 등의 치료 부작용이 많이 줄었다. SLT라고 부르는 레이저 치료는 약물 치료의 기능을 일부 대신해 눈 속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10분 내외의 비교적 간단한 레이저 치료방법으로 국내에서도 연간 수천건 이상 시술되고 있다.
수술적 치료 방법도 많이 발전했다. 녹내장의 수술은 안구 내부에서 바깥으로 안압을 조절하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섬유주절제술이 가장 전통적인 치료 방법이며, 기존의 수술법을 개량해 눈 안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 등도 국내에 도입돼 사용 중이다.
예후가 나쁠 것으로 생각되는 일부 녹내장에서는 안압 조절 밸브를 삽입하기도 한다. 백내장으로 인해 유발된 이차성 녹내장의 일부는 원인이 되는 백내장을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것만으로 안압이 조절되는 경우도 있다.
◆ 녹내장 부르는 흡연·스트레스
녹내장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환자가 질환에 대해 잘 인지하고 치료 방향을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흡연이나 물구나무서기 등은 녹내장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생활습관이다.
녹황색 채소의 섭취나 체중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은 녹내장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정해진 횟수에 맞춰 넣어야 하는 안약은 빠뜨리면 안된다. 감기약이나 신경정신과 약물 일부는 안압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녹내장 치료 과정에서는 약제나 수술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환자는 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일부 녹내장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3~5배 증가하므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녹내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녹내장 환자는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경우도 많다. 보이는 부분이 점점 좁아지는 것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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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녹내장은 약물 치료 등 정확한 치료와 함께 환자 스스로 관리를 잘하는 경우 실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교적 적으니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치료가 너무 늦게 이뤄진 녹내장은 간혹 실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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