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화냐 이원화냐… 금감원, 'IFRS4 2단계' 딜레마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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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회계 운영방안. /자료=금융감독원 |
금융감독원이 보험계약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적용을 앞두고 회계 운영방향에 대해 고심 중이다. 관건은 일반회계(GAAP)와 감독회계(SAP) 이원화 여부다.
보험업계에서는 당국의 감독회계 운영방안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방안이 결정되느냐에 따라 감독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조만간 IFRS4 2단계를 반영한 감독회계기준을 마련해 업계가 이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감독회계 3가지 방안 중 고민… “유럽 솔벤시II 벤치마킹 필요”
지난 21일 금감원은 한국회계학회와 공동으로 ‘보험계약 IFRS4 2단계 도입과 대응’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기조연설에서 “IFRS4 2단계는 보험부채 수익인식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 더 이상 감독회계 중심의 일원화 체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행 지급여력제도도 개선이 필요한데 국제적 정합성을 갖추도록 검토 후 제도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크게 세가지 운영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우선 1안은 일반회계와 감독회계 그리고 지급여력비율제도를 일원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험회사들이 목적에 맞춰 필요한 지표를 다시 산출하지 않아도 돼 3안 중 가장 단순한 방식이다. 그러나 당국 입장에서는 일반회계기준에 따라 감독할 때 이 기준이 현실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2안은 일반회계와 감독회계를 동일하게 산출하도록 일원화하는 방법이다. 대신 지급여력비율은 일원화하지 않고 다시 산출한다. 현재 호주와 캐나다에서 2안과 같이 두 회계기준을 일원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안은 완전 이원화하는 방식이다. 감독회계를 기준으로 지급여력제도를 운영하고 일반회계와 다른 기준의 자산부채를 평가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2안과 3안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박종각 금감원 팀장은 “두번째와 세번째 방안이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며 “두번째 방안은 일반회계기준에서 나온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감독 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IFRS4 2단계 도입 이전에 유럽에서 시행 중인 솔벤시II(Solvency II) 방식을 먼저 도입해 충격을 완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유럽의 경우 감독회계를 도입하기 위해 무려 5번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며 “우리나라도 솔벤시II를 벤치마킹하는 등 순차적인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솔벤시II는 ▲자본 최적화 ▲재무 변동성 축소 ▲상품구조 변경 및 운용자산 다변화하는 상품·채널·자산 등 포트폴리오 전략 재설정 ▲대외 리포팅 체계 중심 재무·관리체계 일원화 ▲업계와 산업 간 비교가능성과 투명성 제고 통한 디스카운트 해소하는 밸런스 시트 기반 경영관리 체계 구축 등을 의미한다.
◆금감원 “보험사 자본 확충 시급”… 업계 “방향부터 정해달라”
이날 발제자들은 시행 예정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바뀌는 제도, 필요한 정보 수집 등을 감안하면 결코 여유부릴 상황이 아님을 강조했다. 서태종 부원장은 “기준서 논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만큼 보험사에서 IFRS4 2단계를 준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며 “이를 핑계로 준비가 늦어지는 보험사는 하루 빨리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도진 교수도 “IFRS4 2단계 적용이 2020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며 “2020년 시행을 전제로 보험업계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경석 삼정회계법인 상무는 “담보별 손해율, 계약자 행동 가정, 직·간접 사업비 등 관련 가정 산출을 위해서는 5년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기준서 적용 전에 모델·가정방법론 선수립 및 데이터 정비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상품 구조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신병오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현재 우리나라 보험사의 상품은 보험사가 리스크를 부담하는 담보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IFRS4 2단계 도입을 위해선 보험사 부담이 큰 금리연동형 상품을 줄이고, 자산운용 방식도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병오 상무는 “IFRS4 2단계가 미치는 영향은 보험사의 규모 등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며 각 사에 맞는 단계적인 경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최초 도입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부터 CSM(계약서비스마진, 보험계약에서 예상되는 장래이익)이 큰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회계와 감독회계 이원화 여부, 솔벤시ii 등 각각 장단점을 지닌 운영방안이라서 어떤 방식이 적합하다고 꼽기는 어렵지만 가급적 일관성을 고려했으면 좋겠다”며 “IFRS4 2단계의 도입과 이로 인한 감독회계의 변화는 국내 보험역사상 가장 큰 변화인 만큼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하루라도 빨리 당국에서 검토 방향성을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IFRS4 2단계란
IFRS4 2단계는 오는 2020년 우리나라에 도입될 예정인 새로운 회계규칙이다. 보험부채를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원가로 평가해야 하는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인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금리가 떨어져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IFRS4 2단계는 오는 2020년 우리나라에 도입될 예정인 새로운 회계규칙이다. 보험부채를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원가로 평가해야 하는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인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금리가 떨어져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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