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5일 오후 4시, 주식시장이 마감된 후 2평 남짓한 김영빈 파운트 대표(34) 방에선 열띤 논쟁이 시작됐다. 국내 주가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안전한 자산관리를 자문하는 로보어드바이저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파운트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분석을 기반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동으로 고객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이다. 수익률이 하락할 때는 물론 많이 올라갈 때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투자 격언처럼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고위험·고수익 투자전략은 지양한다.


김영민 파운트 대표. /사진제공=파운트
김영민 파운트 대표. /사진제공=파운트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ETF(상장지수펀드)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기술로 가장 안정적으로 분산투자 방안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핀테크 열풍으로 다수의 로보어드바이저업체가 등장했지만 파운트는 우리은행·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과 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 등 2금융권의 투자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서울대 엘리트의 외도, 짐 로저스와 만남

“사실 창업은 제 인생계획에 없던 일이에요. 군 복무 시절 7개월간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다녀왔는데 처음으로 가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조금 거창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도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누릴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흔히 얘기하는 엘리트 인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뒤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해 초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로스쿨 졸업 후에는 경영사관학교로 불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약 3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가 돌연 창업에 나선 이유는 미국에서 본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문사에 많은 자문료를 내지 않고도 안정적인 방법으로 투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선 지난 2009년부터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2006년 독도라이더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21개국을 횡단하던 중 뉴욕에서 만난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와의 인연도 창업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짐 로저스는 헤지펀드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글로벌투자사 퀀텀펀드의 공동창업자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과 함께 세계 3대 투자신화로 꼽힌다. 과거 주식시장에서 420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기록한 짐 로저스에게 김 대표가 소개한 로보어드바이저 퀀트알고리즘은 거짓말 같은 투자기술로 치부됐다.

“많은 사람에게 투자수익을 안길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에 투자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단번에 거절당했죠. 그런 시스템이 있으면 부채를 끌어다가 직접 투자하지 왜 자문을 하냐고 반문하더군요.”


짐 로저스의 거절에도 김 대표의 끈질긴 구애는 계속됐다. 이메일로 각종 투자자료를 보냈고 지난 2월에는 짐 로저스의 자택이 있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사업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결국 짐 로저스는 파운트에 3000만원을 투자했고 현재 파운트의 투자고문직을 맡고 있다.

“짐 로저스는 변동성이 높은 원자재, 에너지 등 종목자료를 보내며 조언도 해줍니다. 파운트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추가 투자하는 것도 논의 중이에요.”


파운트 사무실. /사진제공=파운트
파운트 사무실. /사진제공=파운트

◆창업 2년차, 삶의 가치·재미·과정에 집중

창업한 지 2년차. 파운트는 자본금 20억원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신한금융으로부터 총 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금융당국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 가장 많은 계좌 검증에 참여하는 등 주목할 만한 핀테크업체로 자리 잡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창업에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들의 높은 수익률보다 투자손실 리스크를 보장하듯 회사경영도 성공과 부의 축적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닌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신념도 생겼다.

“회사의 핵심가치는 모든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도록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예요.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이 자산을 불리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수명은 길어졌는데 소액자산가가 오랫동안 자산을 불리기는 매우 어렵잖아요. 파운트도 돈 잘 버는 회사가 아니라 직원, 투자자들이 경제적인 부를 누릴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춘 회사로 성장하고 싶어요.”

김 대표는 예비창업자에게 삶의 곳곳에서 재미와 가치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모터사이클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 가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세상에 대해 알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아프카니스탄 파병으로 이어져 창업의 동기부여가 됐다는 얘기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김 대표는 미리 준 명함을 다시 봐달라고 주문했다. 명함은 종이를 두장 붙인 것처럼 두께가 도톰했다. 3D입체 모양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는 명함을 특별히 제작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명함은 사람의 얼굴을 본 다음 바로 눈이 가는 곳이잖아요. 소소한 것에 재미를 더하니 명함 받은 분들도 저에게 한번 더 관심을 갖더라고요. 재미도 창업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센스예요. 여러분도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재미를 찾아보세요.”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