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던 시멘트주가 꿈틀댄다. 전방산업인 건설업이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림에도 시장구도가 재편돼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와서다.


시멘트업계는 7개 업체의 과점시장이었다. 그러나 각 회사의 시멘트에 차별성이 없고 설비가 넘쳐나 가격협상력이 떨어졌다. 시멘트는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굳어졌고 주식시장에서도 저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 인수합병(M&A)이 여러차례 발생하며 시장이 재편됐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를 사들였고 아세아시멘트는 한라시멘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시멘트업계가 한일시멘트,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등 3강 구도로 변하는 것이다. 그 뒤를 삼표시멘트, 성신양회가 뒤따른다.


D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은 63%이고 상위 5개사를 합치면 90%가 넘는다. 시멘트회사가 줄어들면서 경쟁 강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건 이들이 과점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가격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다. 조윤호 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점유율 경쟁이 약화되고 시멘트 가격도 할인율이 감소해 고시가격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며 “업계 재편은 시멘트산업의 긍정적 투자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STOCK] 시멘트주, 튼튼한 내구성으로 ‘매력’ 어필

◆한일시멘트: 몰탈단가 인상으로 이익 기대

지난 11월22일 기준 한일시멘트는 전 거래일보다 소폭 상승한 14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7만6000원보다 두배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한일시멘트의 주가상승은 꾸준히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은 덕분으로 풀이된다.


한일시멘트의 3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 4653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24%, 47% 증가했다. 세전순이익은 현대시멘트 인수영향으로 감소했다. 한일시멘트와 LK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 7월18일 KDB산업은행, KEB하나은행 등 32개 채권자가 보유한 현대시멘트 지분 84.56%(1417만986주)를 인수하기 위한 잔금납입을 완료했다. 현대시멘트 주가가 하락하면서 평가손실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요인일 뿐 전반적으로 이익창출능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특히 몰탈의 가격인상이 눈에 띈다. 몰탈은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물로 반죽한 것으로 건축자재 중 하나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올 3분기 몰탈단가는 역대 최저수준이던 지난해 3분기보다 18%가량 상승했다. 또 몰탈 출하량도 주택입주 증가로 49% 늘어났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일시멘트는 업계 1위로 부상한 뒤 몰탈단가를 정상화시키고 시멘트 단가경쟁을 중단하는 등 큰 변화를 보였다”며 “몰탈단가 인상을 반영해 내년 순이익 추정치를 4% 상향하고 예상 ROE(자기자본이익률)를 기존 6%에서 7.5%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일시멘트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27% 상향한 20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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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 고배당 매력 ‘뿜뿜’


지난 11월21일 기준 쌍용양회는 전 거래일보다 2.53% 상승한 2만2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처음 2만원선을 돌파한 것이다. 쌍용양회의 주가는 지난해 4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지난 9월 말 1만1600원을 저점으로 반등세를 연출했다.

쌍용양회의 강세는 분기배당에서 시작됐다. 쌍용양회는 지난 9월 말 1주당 350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식 2.8%, 종류주식 2.5%다. 배당금총액은 354억원이다. 지난 2분기 말 시행했던 분기배당(주당 320원, 총액 300억원)보다 규모를 늘린 것이다.

쌍용양회가 높은 배당률을 이어간 것은 M&A 이후 사업부문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으로 수익성이 크게 높아진 덕분이다. 쌍용양회는 적자부문인 IT부문 쌍용정보통신과 마진이 거의 없는 유류사업 쌍용에너텍을 매각하고 고수익의 슬래그시멘트업체인 대한시멘트와 대한슬래그를 인수했다. 그 결과 전체 외형은 축소됐지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쌍용양회의 전체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7%에서 올해 16%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이에 올해 쌍용양회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3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 설비투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잉여현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잉여현금은 차입금 상환과 배당에 소요된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쌍용양회의 연 환산 배당금은 주당 1400원으로 현 주가수준 대비 배당수익률은 7%에 달한다”며 “생산능력 1위, 구조조정 효과, 고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를 상승요인으로 두고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진입한 점을 할인요인으로 해도 밸류에이션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STOCK] 시멘트주, 튼튼한 내구성으로 ‘매력’ 어필

◆아세아시멘트: 합병 시너지 부각

올 들어 지지부진했던 아세아시멘트 주가는 지난 11월10일부터 급등했다. 이날 한라시멘트 인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 11월22일 기준 12만2500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10거래일 동안 40% 이상 올랐다.

시장은 한라시멘트 인수로 아세아시멘트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 아세아시멘트의 시장점유율이 7%에서 19%로 상승해 업계 3위 규모로 도약한다. 한라시멘트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4710억원, 영업이익 630억원으로 아세아시멘트와 비슷하다. 두 회사의 시너지로 안정적인 영업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시멘트는 차별성이 없는 재화인 만큼 시장점유율에 의해 매출이 결정된다. 특히 거래선이 고정돼 가격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시장점유율이 곧 매출로 연결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세아시멘트의 내년 추정 순이익은 458억원으로 한라시멘트와 단순합산할 경우 연간 1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합산 순이익과 순자산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50% 상향한 15만원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6호(2017년 11월29일~12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