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올빼미 공시' 기승… 최고 얌체 상장사는?
한국항공우주, 3000억대 이익을 900억대 손실로 변경
박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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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DB) |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휴장일을 앞두고 해외 투자 계획이나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지연 공시가 줄을 이었다. 휴장일 직전 이틀간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기업 공시 중 1470건 중 311건는 '정정 공시'였다. 정정 공시란 단순 오기를 고치는 것 외에는 앞서 공시한 기업 경영 활동에 관한 결정을 번복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의 상장사이거나 공시 의무를 가진 기타 법인이 금감원을 통해 시장에 공시한 내용은 지난해 12월28일 785건, 29일 685건이다. 이중 정정 공시는 28일 179건, 29일 132건이다. 5건의 공시 중 1건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앞서 공시했던 내용을 번복하는 내용이었던 셈이다.
1500여건의 공시 중 가장 눈에 띈 '얌체 공시'는 한국항공우주이다. 이 회사 공시에 따르면 하루만에 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하루만에 증발하고 오히려 9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떠안았다. 금융감독원의 감리 등을 고려한 매출인식 기준을 기존 대금지급에서 진행률에 따른 영향을 반영하겠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을 3조4031억원에서 2조587억원으로 정정하고 영업이익 3401억원을 영업손실 919억원으로 정정공시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이와함께 무려 3건의 정정공시를 더 냈다. 이라크 국방부와 맺은 1조1857억원 규모 T-50 고등훈련기 수출 계약을 고객의 현지사정으로 인한 수정계약 협의 진행 중이라는 것과 방위사업청과 맺은 1조7216억원 규모 수리온 항공기 조달 계약에서 납품을 지연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조달청과 맺은 252억원 규모 제주소방 다목적헬기 공급계약도 납품이 지연되고 있었다.
이외에도 유상증자 등으로 인한 자금 조달이 연기되거나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도 줄을 이었다. 미코와 에치디프로 등은 유장증자 납입일을 연기한다고 정정공시했다.
케이엠더블유는 공시를 통해 2015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말에 완공하기로 했던 1180억원 규모 베트남 공장설립을 올해 말로 늦추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통신장비산업의 투자지연 등 영업환경의 변화에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디포스트와 KR모터스는 중국 현지 회사와의 합자회사 설립 일정을 뒤로 정정공시했다.
계약해지 공시도 잇따랐다. 대우건설은 2013년 한국가스공사 네덜란드 등록법인과 체결한 8590억원 규모 이라크 아카스(Akkas) 가스중앙처리시설 공사가 이라크 현장 안전문제로 인해 공사 중단 장기화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5년 대봉 센트럴파크 1,2차 지역주택조합과 체결한 2000억원 규모의 대구 대봉 1,2차 센트럴파크 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에서 조합에게 공사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고, 손해배상금 수령을 조건으로 계약해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시규정에 따르면 정정공시를 할 경우 코스닥시장본부나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해당 법인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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