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친절한 금융] 설익은 가상화폐 규제, 투자자는 안중에도 없네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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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박상기 법무부장관)
"가상화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대안을 검토한다"(최종구 금융위원장)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정부차원에서 조율된 입장이 아니다"(청와대 관계자)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라는 칼을 빼들었다. 가상화폐 투자가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치닫자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물론 정부의 입장이 달라 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정부의 설익은 규제가 오히려 가상화폐시장에 혼란을 준다고 지적한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시장에 정부의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가상화페 시세는 지난 11일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계획을 밝히자 급락했다. 이날 2000만원 안팎을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한때 1400만원 가까이 폭락했다. 가상화폐를 팔려는 투자자가 몰려 거래소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가상화폐 투자심리는 극도로 들썩였다. 비트코인이 1400만원까지 내려오자 투기심리가 다시 살아났고 가상화패 불패론이 제기됐다. 비트코인은 1700만원선까지 오르며 급등락했다.
◆정치권도 입장 달라… 금융당국은 발 빼기
정치권도 가상화폐 규제에 엇갈린 입장을 내놓는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면 해외로 자금이 유출된다'는 반대파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규제해야 한다'는 찬성파로 나뉜다.
반대파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가 폐쇄되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고 4차 산업혁명시대 블록체인, 가상화폐에 대한 관련 기술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며 "앞으로 가상화폐의 유통과 시장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면 온라인 외국 거래소 가서 다 거래한다"며 "국내 가상화폐시장을 장려하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가상화폐를 금융으로 인정하고 거래소 인가제를 포함한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상화폐를 취급하려는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가상화폐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 거세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상화폐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서둘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예외 허용’을 골자로 한 가상화폐 규제안을 마련하다가 정부 결정으로 입장을 바꾸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간주해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조항을 두고 자격을 갖춘 업자는 거래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테면 예치금의 별도계좌 예치, 실명확인, 자금세탁방지 등을 지킬 경우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자체를 도박에 비유하며 범죄행위로 판단하자 금융위도 가상화폐 거래소 전면폐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규제안은 법무부와 관계부처가 주도해 추진한다"며 "부처 간 논의 후 결정되면 금융위는 이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특별법 통과될까… 정부 딜레마 지속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가 실제로 폐쇄될지는 미지수다. 법무부의 특별법이 정부안으로 결정돼도 의원입법이 아닌 정부입법을 통해 추진돼야 하는데 정치권 역시 의견이 분분해서다.
앞서 금융위는 유사수신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법제화하는 작업을 추진했지만 국회의원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금융위의 낮은 단계의 유사수신법 개정안도 의원들 반대에 부딪혔는데 폐쇄를 골자로 한 법무부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투자라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정부가 시장의 영역에 개입한다는 반감을 쏟아낸다. 거래소 폐쇄를 강행할 경우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과 정부의 딜레마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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